2000년대 베를린 청년들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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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베를린 청년들의 방

포토그래퍼 메노 아덴의 ‘룸 포트레이트’

Text | Young-eun Heo
Photos | Menno Aden

사각형 혹은 오각형 공간에 침대, 소파, 책상 그리고 노트북과 악기, 옷가지가 널려 있다. 위에서 바라본 누군가의 방 모습은 평범하면서 동시에 개성이 엿보인다. 독일 사진가 메노 아덴은 2000년대 초반, 독일 베를린에 사는 청년들의 방을 천장에서 찍은 룸 포트레이트 시리즈로 개인의 삶과 사회의 단면을 이야기한다.








룸 포트레이트Room Portraits 시리즈의 시작은 음식 사진이었다. 메노 아덴Menno Aden은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기 전부터 뷰로 음식 사진을 찍었다.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그는 수직 샷이 피사체와 배경을 평평하게 만들어 하나의 패턴처럼 보이게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후 구글어스가 등장하자 는 개인의 방을 수직 샷으로 촬영한, 일종의 방 구글어스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피사체는 작가의 친구들 방으로,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사회 전환기를 맞이한 2000년대 초반 베를린에서 자취하는 청년들의 방이었다. 중 일부는 여전히 석탄 난로를 사용하고 주방에 샤워 시설이 있는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았다. 집세 저렴, 과거에 머문 듯한 주거 공간에서 베를린 청년들은 조립식 가구와 생활 소품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냈. 메노 아덴은 촬영 기법을 실험하는 과정에서 방 안의 모든 물건이 그 공간에 사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다는 것을 알았다. 이에 일부러 사람 보여주지 않고 방과 공간을 채운 물건만 보여주는 사진을 찍 룸 포트레이트라는 비유와 직관이 섞인 이름을 붙였다.








건축설계도처럼 평평하게 보이는 룸 포트레이트 시리즈는 사실 눈속임이다. 안드레아 거스키처럼 방을 여러 각도로 나눠 촬영한 후 이를 하나로 조합한 것이기 때문이다. 3차원성을 없앤 수직 샷에 매료된 메노 아덴은 최대한 평평하게 보이도록 사진을 결합한다. 방식으로 인해 거주자의 특징은 감춰진다. 하지만 숨은그림찾기처럼 사진의 작은 부분을 하나씩 떼어서 보면 거주자의 직업은 물론 취미, 습관까지 보인다. “사진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방 주인의 성격을 묘사합니다. 방 크기와 모양, 가구 배치, 심지어 물건의 스타일도요.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이다’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방의 구성 요소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방 주인에 대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대사처럼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나중에는 우리를 소유하게 되는 거죠.




우리는 룸 포트레이트 시리즈를 통해 2000년대 초 베를린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보 동시에 그들과 우리의 공통점 발견할 수 있다. 룸 포트레이트 일종의 기록사진이다. 실존 인물의 실제 공간에 대한 분석을 이끌어내고, 3자의 시선으로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룸 포트레이트는 관객에게 미묘하고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며, 시간이 지나도 우리는 정해진 규범 안에서 거의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전한다고 메노 아덴은 말.








이후 작가는 마트, 회사, 학교 같은 공공장소도 찍기 시작. 엄격하게 정의된 기능에 맞춰 설계된 공공장소는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는데, 작가의 말에 따르면 개인 공간보다 더 깔끔하고 리드미컬하다. 공동체의 삶까지 관심을 가지게 된 메노 아덴에게 집이란 개인을 정의하고 타인과 구별 짓게 하는 개인의 정체성의 일부이자, 외부 세계에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외피와 같은 존재다.



개인의 정체성은 집 안의 물건들로 알 수 있다. 집을 집답게 만들어주는 요소에 관해 자 메노 아덴은 거주자의 습관과 물건이라고 답했다. 인간은 습관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며 그것을 바탕으로 집은 개인 혹은 가족의 역사로 채워진다. 그리고 집 안의 물건들은 오랫동안 우리의 룸메이트가 되어 그 역사의 일부가 된다. 때로는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영화 <파이트 클럽>의 대사처럼 우리가 소유한 것들이 나중에는 우리를 소유하게 되는 거죠.








한편 현 사회의 단면을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룸 포트레이트 시리즈는 방 사진 이상의 의미가 있다. 천장에서 방을 내려다본 오버헤드 샷은 전지전능한 신의 관점에서 내려본 것 같아 시점의 권력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누군가의 방을 엿본다는 점에서 인간의 숨겨진 관음증을 일깨우기도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누군가를 감시하는 듯한 시선에 CCTV의 폭력성까지 발견하는 관객도 있다.



단지 개인의 방을 찍었을 뿐인데 룸 포트레이트 시리즈는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인간의 본성, 현대사회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누군가의 방 초상 사진을 보며 만약 내 방을 천장에서 찍는다면 내가 어떤 사람으로 보일지, 과연 나의 라이프스타일은 어떻게 드러날지 상상해본다. 의외로 제3자의 시선이 정확할 때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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