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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오가닉, 재생, 친환경

윌리엄 모리스의 정신이 깃든 조명

페일파이어 스튜디오의 조명, UV 컬렉션

Text | Young Eun Heo
Photos | Kim Lightbody, Palefire studio

19세기 윌리엄 모리스는 일상에 수공예의 아름다움이 깃들기를 바라면서 미술공예운동을 펼쳤다. 비록 그의 활동이 끝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우리 생활에 예술을 도입하겠다는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술공예운동이 시작되었던 영국 런던에 있는 페일파이어 스튜디오는 윌리엄 모리스의 정신을 이어받는 동시에 지속 가능성까지 고려한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한다.








기계로 인한 대량생산이 자리 잡은 19세기 말, 윌리엄 모리스는 정교함이 사라진 공산품을 보며 수공예의 미학을 되찾자는 미술공예운동을 일으켰다. 하지만 시대착오적 모순으로 인해 미술공예운동은 허무하게 끝났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잃지 말자는 정신은 현대까지 이어져 예술가의 개성과 장인의 정신이 묻어난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와 스튜디오가 늘고 있다.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 페일파이어Palefire도 그중 하나다. 아르누보, 추상표현주의 같은 예술 사조는 물론 오메가 워크숍(회화와 응용미술의 결합을 시도한 20세기 초 미술 공방)과 무라노 유리공예 등 장인 정신이 깃든 수공예에서 영감을 얻어 예술적인 인테리어 소품을 선보인다.








페일파이어 스튜디오는 일상과 예술의 결합이라는 자신들의 철학을 데뷔 컬렉션인 ‘UV 컬렉션’으로 보여준다. 모듈형 조명 시리즈인 UV 컬렉션은 알파벳 U V를 닮은 5개의 모듈을 자유롭게 조합해 다양한 형태의 조명을 만들 수 있다. UV 컬렉션을 대표하는 제품이자, 현대 추상 조각의 선구자 콘스탄틴 브랑쿠시에게 영감받아 디자인한 토템Totem 4개의 모듈을 조합한 것이다. 이처럼 UV 컬렉션은 어떤 모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십 가지 조명이 탄생할 수 있다. 이는 곧 공간이나 쓰임새에 맞는 조명을 손쉽게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예술이 낳은 것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운 집이라고 답하리라




V자형 모듈을 겹친 '디아블로 업라이터Diabolo Uplighter' 1950년대 탁상용 조명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책장, 선반, 벽난로 등 가구 위에 가볍게 두어 장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U자형 모듈을 조합한 '새틀라이트 업라이터Satellite Uplighter' '디아블로 업라이터'와 동일한 탁상용 조명이지만, 조금 더 큰 크기와 형태의 대비로 조각품과 같은 매력을 풍긴다. 고깔형 조명 갓을 세운 조명은 두 가지 높이로 조절해 독서용 조명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외에도 UV 컬렉션은 벽과 천장에 설치할 수 있는 모델이 있어 조명이 필요한 곳 어디든 원하는 위치에 설치할 수 있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명은 어두운 공간을 밝히는 역할과 함께 하나의 오브제로 공간의 무드를 잡아주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 가지 색상과 패턴으로 제작하는 UV 컬렉션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소품이 된다. 역사적으로 길이 남을 예술 사조와 작가, 디자인에서 영향을 받은 덕분에 소비자의 폭넓은 취향을 만족시킨다. UV 컬렉션의 붉은색 탁상용 조명은 1960~1970년대 미드센추리 디자인을 연상시키고, 초록색 선이 자유롭게 그려진 조명은 지중해 지역의 공예품을 떠오르게 한다. 채도가 높은 색상과 유연한 패턴으로 구성된 UV 컬렉션은 일상에 예술적 감성을 채워준다.








페일파이어 스튜디오는 일상과 예술의 결합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현시대의 화두까지 더했다. UV 컬렉션은 재활용 종이 펄프로 제작한다. 종이지만 견고하며 석고 혹은 세라믹 느낌이 나도록 가공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채색 역시 친환경 페인트를 사용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 모든 종이 조명은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위치한, 가족이 운영하는 공방에서 100% 수작업으로 제작하고 채색한다. 미술공예운동이 수공예의 정신을 부활시키며 우리 생활에 장인의 손길이 깃들도록 했던 것처럼, 페일파이어 스튜디오 역시 집 안 곳곳에서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과 예술, 장식미술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무너뜨리는 페일파이어 스튜디오의 조명은 일상의 작은 물건 하나가 숨겨진 미적 감각을 다시 일깨운다는 걸 알려준다. 그리고 일상과 예술은 결코 멀리 떨어져 있지 않으며, 둘의 조합은 우리 생활을 풍부하게 만들어준다는 점도 알려준다. 기계를 넘어 AI가 공장 시스템을 운영하는 22세기, 현대 디자이너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미술공예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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