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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오가닉, 재생, 친환경

물이 필요 없는 화장실

빌 게이츠와 삼성전자의 RT 프로젝트

Text | Minzi Kim
Photos | Samsung Newsroom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의 비위생적인 화장실을 목격하고 물이 필요 없는 화장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동안 수세식 화장실의 단점을 보완한 신개념 화장실을 연구하기 위해 미국, 중국, 인도 등의 연구 기관이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3년 만에 소형 가정용 RT 프로토타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억만장자 빌 게이츠가 화장실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2011년이다. 그는 아프리카를 여행하던 중 오물이 금방이라도 넘칠 듯한 재래식 화장실을 목격했다. 그때부터 비위생적이고 원시적인 화장실을 이용하는 인구가 약 35억 명이나 되고, 여전히 야외에서 볼일을 해결하는 인구가 약 9 5,000만 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할 만큼 비위생적인 것도 문제지만 정화 시설을 갖춘 화장실이 부족하면 수인성 감염병과 설사병으로까지 이어지는데, 해마다 340만 명이 오염된 식수를 먹고 병에 걸려 사망한다고 한다. 특히 이러한 위험은 어린아이와 여성에게 더 크게 다가온다. 물 없는 화장실 RT(Reinvented Toilet) 프로젝트는 빌 게이츠가 물과 정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저개발국에 지속 가능한 화장실을 보급하기 위해 시작했다.








현재 가장 널리 사용하는 수세식 화장실을 보급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빌 게이츠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수세식 변기는 지나치게 많은 물이 필요하다는 점 때문이다. 변기에 한 번 물을 내리는 데 약 9리터가 드는데, 하루 한 사람의 변기 물 사용량을 어림잡아 계산하면 60~70리터에 달한다. 마실 물도 부족한 나라에서는 현실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양이다. 물론 화장실 걱정 없는 선진국들도 지구온난화와 가뭄의 장기화로 인해 앞으로 주목해야 할 지점이다. 또 에너지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는 분변이 그대로 정화 처리된다는 점도 수세식 변기가 결코 완벽한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대소변에서 병원체를 제거할 것, 물과 영양소를 자원으로 재사용할 것, 하수구 없이 최소한의 전력으로 작동할 것




& 멀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2018년 삼성전자에 이 신개념 화장실 개발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다. 2011년부터 미국과 중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연구 기관이 개발에 참여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소형 가정용 RT 프로토타입은 개발에 참여한 지 3년 만에 이룬 성과다. 정확히 말하면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계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알려진 고체역학, 정역학, 유체역학, 동역학, 열역학이 응집되어 있다. 빌 게이츠가 내세운 대소변에서 병원체를 제거할 것, 물과 영양소 등을 자원으로 재사용할 것, 하수구 없이 최소한의 전력으로 작동할 것, 1인당 하루 사용료가 0.05센트 미만일 것이라는 조건에도 모두 부합한다. 세 가지 모듈을 분리해 개발했다고 알려졌는데, 소량의 물로 액체와 고체를 분리하는 ‘변기 모듈’, 분리된 대소변을 빠르게 정화하는 ‘바이오 정화 처리 모듈’, 분해되지 않은 찌꺼기를 분리하고 연소하는 ‘고체 처리 모듈’을 거친다고 한다.


최근 물 없는 변기는 5, 10인용까지 개발에 성공했다. 실사용자 시험까지 모두 마친 상태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세식 변기와 똑같은 형태를 하고 있지만 변기 뒤에 달린 네모난 수조는 찾을 수 없다. 대신 바이오 정화 처리 모듈과 고체 처리 모듈이 달려 있어 대소변을 빠르게 정화하고 연소해낸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 지속 가능한 화장실을 제공하기 위한 RT 프로젝트의 시작처럼 삼성전자는 RT를 무상으로 라이선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고도로 집약된 이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저개발국에 도입할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매년 11 19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화장실의 날’이다. 화장실이 없어 위험이 노출된 야외에서 볼일을 보거나 정화 시설이 부족해 수인성 질병이 무한 반복되는 삶을 알리기 위해서다. 화장실 때문에 등교를 포기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까지도 말이다. 단지 위생적인 화장실이 생긴다면 엄청난 변화가 따라온다. 3년이나 걸린 RT 프로젝트도 아프리카 지역 사회의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물론, 배움을 멈추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까지 지키는 효과까지 기대해볼 수 있다. 또 인간의 배설물도 태양열, 풍력과 같은 에너지원으로 바꿔 무한히 사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활짝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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