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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정의 라이프스타일을 ‘득템’하다

에스테이트 세일

Text | Nari Park
Photos | Flora. P

평균 64평(약 210m2) 주택에 거주하는 미국인에게 생활 물품을 정리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차고, 거실, 몇 개나 되는 침실과 욕실, 지하, 마당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자리한 다양한 생활 물품. 홀로 사는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 가족, 또는 이사를 준비하는 이들이 집 안의 모든 물품을 통째로 판매하는 에스테이트 세일은 한 가정의 라이프스타일을 ‘득템’하는 미국의 매력적인 중고 마켓이다.








주택이 나란히 늘어선 한적한 주거지역. 이른 아침부터 어느 가정집 앞에 긴 행렬이 늘어서 있다. 저마다 빈 박스와 쇼핑백을 들고 새벽부터 몰려든 이들은 8, 업체가 공지한 오픈 시간을 맞춰 현관문이 열리자 종종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 둘러보기 시작한다. 거실, 주방, 화장실, 침실, 지하 창고, 마당 할 것 없이 ‘Private’이라고 표기된 곳 외에는 생전 처음 온 타인의 집을 거침없이 활보한다.










포장조차 뜯지 않은 콜맨의 캠프 스토브 제너레이터가 2달러(시장가 41.25달러), 빈티지 머그잔이 단돈 1달러···.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면 일단 쇼핑백에 담고 봐야 한다. 구매를 결정하고 다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누군가의 장바구니에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생활 소품뿐 아니라 그림, 스툴, 식탁, 소파, 심지어 잔디 깎는 제초기와 차고에 주차된 자동차까지 ‘한 집’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품은 물건들이 엄청난 할인가로 판매되는 미국의 ‘에스테이트 세일Estate Sale’ 풍경이다.








한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청산하는 방법인 에스테이트 세일은 미국의 대중적인 중고 장터다. 흔히 ‘태그 세일tag sale’이라고도 부르며, 집 규모를 줄이거나 가족의 이혼, 파산, 사망 등 여러 사유로 집기를 빠른 시간 안에 정리하려고 할 때 주로 열린다. 가족 구성원이 전문 부동산 에이전트에 위탁하면 에이전시가 물건을 선별하고 가격을 매긴 뒤 ‘하우스 오픈’ 일자를 공지하는 식이다. 에스테이트 세일 웹사이트에서 미국 내 지역을 입력하면 주변에서 열리는 에스테이트 세일 정보를 알 수 있다. 불특정 다수를 집에 들이는 일인 만큼 상세 주소는 오프닝 전날 공지하는 경우도 많다.




“비슷한 안목을 가진 이의 삶, 각각의 수집 이야기까지 곁들여져 풍성한 컬렉션을 이룬다.




물건을 처분해 달라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을 수행해야 하는 만큼 의뢰를 받은 에이전트는 물품을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공식 오픈 전 주요 품목의 사진을 올려 행사를 광고하는데, 마음에 드는 물건을 살핀 이들은 밤잠도 불사하며 일찌감치 찾아와 집 앞에서 진을 치기도 한다. 테마도 다양하다. 20세기 중반 목제 가구를 모은 ‘미드센추리 에스테이트 세일’, 빈티지 장신구와 드레스를 집중 판매하는 ‘앤티크 & 빈티지 세일’ 등이 귀를 솔깃하게 만든다. 집 차고와 마당을 오픈해 생활 물품을 판매하는 개라지 세일grage sale과 비교했을 때 규모나 품질 면에서 훨씬 전문적이다.








100세 노인의 에스테이트 세일에서 피카소 원화를 단돈 1000달러에 구입했다”, “루이스 폴센 빈티지 조명을 10달러에 득템했다”와 같은 경험담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찮게 올라오다 보니 아예 ‘진품명품’을 찾아 나서는 에스테이트 전문 바이어도 상당하다. ‘특템’을 위한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콘텐츠도 많다. 1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The Recycled Life는 운영자 빈티지 밤셸Vintage Bombshell과 로라 콜드웰Laura Caldwell의 다양한 쇼핑 노하우 콘텐츠로 유명하다.








에스테이트 세일이 진행되는 공간, 누군가의 ‘그 집’을 둘러보노라면 어느 순간 일면식도 없는 주인의 삶과 형상이 어슴푸레 그려지는 듯하다. 찬장에 쌓인 은식기와 빈티지 위스키 잔, 책장 가득 꽂힌 고서에서 독서와 사교를 즐기는 노부부의 모습이, 차고 가득 정갈하게 정리된 가드닝 도구에서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정리하는 습성이 느껴진다. “방문 전 사진을 보고 집 스타일을 살펴보면 그 집이 어떤 그림과 가구를 품고 있을지 가늠할 수 있다”는 마케팅 전문가 매트 엘리슨Matt Ellison의 말처럼 나와 취향이 닮은 이의 집에서의 쇼핑만큼 완벽한 것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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