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크고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파사드

VILLIV



FEATURE|도시, 리테일, 큐레이션

더 크고 화려하게, 크리스마스 파사드

세계의 백화점 크리스마스 파사드

Text | Young-eun Heo
Photos | Adrien Dirand(Dior), Saks, Shinsegae Department Store

거리 곳곳에 세워진 트리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캐럴로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걸 알게 된다. 크리스마스의 설렘을 제일 먼저 전하는 건 세계의 백화점들이 선보이는 크리스마스 파사드다. 특히 올해는 팬데믹을 벗어난 첫 번째 크리스마스로, 백화점들은 지난 3년을 보상하려는 듯이 더 크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쇼윈도와 파사드를 선보인다.








2022년 크리스마스 파사드의 포문을 연 곳은 영국 해러즈 백화점이다. 해마다 수백 개의 전구가 빛나는 파사드와 동화 같은 디스플레이를 선보여 크리스마스 시즌 여행 시 필수 코스로 꼽혔던 해러즈 백화점은 올해 디올과 손잡고 크리스마스 파사드를 꾸몄다.








백화점 정문 위, 커다란 지구와 별로 꾸민 루미나리에를 중심으로 17m에 달하는 백화점 외벽은 항해를 떠나는 배와 반짝반짝 빛나는 별, 활짝 핀 장미 형태의 루미나리에로 덮였다. 이는 해러즈 백화점의 사상 최대 규모다. 44개의 백화점 쇼윈도는 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진저브레드 쿠키를 모티프로 동화의 세계로 꾸몄다. 쿠키로 만든 것 같은 인형의 집과 테디 베어, 디올 하우스는 크리스마스 특집으로 방영되는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크리스마스 파사드 하면 미국 뉴욕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백화점과 쇼핑몰이 몰려 있는 도시답게 연말 시즌 뉴욕은 모든 거리가 크리스마스 파사드로 환하게 빛이 난다. 유명한 록펠러센터 크리스마스 트리 점등식을 시작으로 메이시스, 삭스 피프스 에비뉴 등 백화점과 쇼핑몰들은 크리스마스를 기념하는 화려한 점등식과 쇼윈도를 차례대로 선보인다.








브랜드, 디자이너, 예술가와의 협업으로 특별한 크리스마스 쇼윈도 디스플레이와 거대한 파사드를 설치하는 삭스 피프스 애버뉴 백화점은 올해 엘튼 존과 함께했다. 이는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을 후원하는 목적으로 크리스마스 시즌을 보다 의미 있게 보내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를 위해 11월 말부터 1월 초까지 삭스 피프스 애버뉴에서는 백화점 외벽을 활용한 조명 쇼를 펼친다.



10층 높이의 외벽을 스크린 삼아 엘튼 존의 노래에 맞춰 60만 개의 전구가 리듬을 타며 빛나는 공연이 펼쳐진다. 이와 함께 삭스 피프스 애버뉴의 상징적인 5번가 쇼윈도는 엘튼 존 에이즈 재단의 캠페인 ‘로켓 펀드The Rocket Fund’와의 파트너쉽을 기념하기 위한 디스플레이로 꾸몄다. 디지털 게임과 우주를 연상시키는 무지갯빛 디스플레이는 연말의 따스함이 느껴졌던 예년의 디스플레이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세계 위기 겪으 백화점은 화려하지만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으로 크리스마스 쇼윈도와 파사드를 장식했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사드는 국내에서도 이어진다. 지난해 백화점 벽면을 미디어 파사드로 연출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했던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올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버전으로 미디어 파사드를 디자인했다. 작년과 같이 백화점 외벽 2면을 미디어 스크린으로 활용한다. 다만 작년에는 벽면을 조금씩 나눠서 영상을 보여줬는데 올해는 벽면을 전부 사용해 화면이 1.5배 더 커졌다. 덕분에 작년보다 압도적인 느낌이 강하다.



신세계백화점 크리스마스 파사드의 특징은 한 편의 애니메이션 같은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올해는 크리스마스 기차가 설경을 달려 마법의 성에 도착한다는 내용의 영상이 송출된다. 백화점 벽에 영상이 재생되는 순간 명동 주변은 야외 극장이 된다. 그 순간만큼은 길을 걷던 사람들이 발길이 멈추고, 백화점 앞 도로를 지나가던 자동차들의 속도도 약간 느려질 것이다.








이 밖에도 국내외 많은 백화점이 경쟁하듯이 이전보다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파사드를 선보이고 있다. 이런 경쟁에서 쉽게 이기는 방법은 크기다. 해러즈 백화점은 17m라는 사상 최장의 루미나리에를 설치했고, 삭스 피프스 애버뉴는 전구 60만 개를 사용해 건물 전체를 뒤덮었다. 또 신세계백화점은 작년보다 미디어 브라운관의 크기를 1.5배 확대했다.



한편 축복과 행복으로 가득해야 할 크리스마스 시즌에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까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 특히 크리스마스 파사드는 연말 시즌을 대표하는 명소가 되어 관광객 유치와 백화점 매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백화점들도 전과 다른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는 방법으로 크리스마스 쇼윈도와 파사드를 장식했다는 점이다. 팬데믹으로 우울했던 지난날을 잊어버리고 다시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 만큼 에너지를 아껴 지구에 피해를 덜 주는 것도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올해 연말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크리스마스 파사드를 찾아서 꿈같은 시간을 즐기는 것도 좋겠다. 집에 트리가 없다면 더더욱.




RELATED POSTS

PREVIOUS

내가 원하는 곳에 세우는 바퀴 달린 작은 집
반 보 르멘젤의 타이니하우스

NEXT

베스트셀러가 말하는 지금 일본 사회
2018년 일본에서 주목받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