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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다양성, 큐레이션, 홈데코

초현실주의자가 만든 가구

전시 <욕망의 오브제: 초현실주의와 디자인, 1924 - Today>

Text | Young-eun Heo
Photos | The Design Museum, Andy Stagg

과거, 가구는 무엇보다 기능과 안전성이 중요했다. 하지만 디자인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예술까지 결합되면서 이제 가구는 하나의 예술품으로도 여겨진다. 기능보다 심미성이 강조된 가구는 공간에 특별함을 부여하기도 한다. 이렇게 가구의 예술성이 높아진 데에는 1920년대에 등장한 초현실주의의 영향이 크다.








영국의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2023 2월까지 열리는 전시 <욕망의 오브제: 초현실주의와 디자인, 1924 - Today>는 초현실주의와 디자인의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에 따르면 초현실주의는 가구, 인테리어, 패션, 사진, 영상 등 디자인 전 분야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건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인이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일상의 물건에 숨어 있는 의미를 발견하고, 기능과 형태를 마음껏 변형하며 디자인과 예술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초현실주의자들이 자주 사용한 방법은 연관성이 전혀 없는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만 레이는 못 박은 다리미(Cadeau/Audace, 1921)를 선보이며 다리미의 기능을 전복시켰고, 살바도르 달리는 바닷가재와 수화기를 결합한 전화기(Lobster Telephone, 1936)를 제작했다. 초현실주의자가 디자인하고 만든 조각은 실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제작, 판매됐다. 여기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작가가 바로 살바도르 달리다. 그의 회화에 등장하는 희괴한 사물은 그가 생존하던 당시부터 실제 오브제로 제작, 판매됐다.









전시는 살바도르 달리가 시인이자 예술 후원자였던 에드워드 제임스의 집을 디자인하면서 제작했던 가구를 소개한다. 앞서 말한 바닷가재 전화기를 비롯해 샴페인 잔을 여러 개 붙여 받침대로 활용한 조명 ‘Champagne Lamps(1938)와 여배우 메이 웨스트의 입술을 본떠 만든 소파 ‘The Mae West Lips Sofa(1938)도 보인다. 이처럼 초현실주의자가 만든 가구는 원래 기능을 뒤집고 새로운 역할을 부여했다.



이는 제품 및 가구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미쳐 1940년대에 초현실주의에서 영감받은 가구가 등장했다. 다리가 나뭇가지를 닮은 테이블, 말 머리 모양에 달린 조명 등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가구는 공간을 도발적으로 만들거나 재미가 가득한 곳으로 만들었다. 그중에는 자전거 핸들을 다리로 사용한 제스퍼 모리슨의 테이블과 반구형 지지대에 자전거 안장을 올린 카스틸리오니 형제의 의자도 있다.








주변 사물을 이상하게 결합하거나, 기능과 형태를 해체하고, 사물을 의인화한 가구와 장식품은 마르셀 뒤샹의 레디메이드와도 연결된다. 대량생산품도 예술가가 의미를 부여하면 예술품이 될 수 있다는 이 개념은 예술가는 물론 디자이너에게도 자유를 주었다. 마르셀 뒤샹이 파리 백화점에서 구매한 병 건조대를 예술품으로 전환한 ‘Porte-Bouteilles(1964)를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산품이 예술이 된다면 그것을 만든 디자이너의 작업도 예술이 될 수 있다. 덕분에 디자인은 예술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가구 역시 기능과 형태의 한계를 벗어나 더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었다.



초현실주의가 오늘날까지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전시인 만큼 마지막 섹션에는 초현실주의 정신을 살린 현재의 디자인 결과물이 진열되어 있다. 특히 지금은 발달한 기술을 바탕으로 디자이너의 상상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프런트 스튜디오Front Studio의 ‘스케치 체어Sketch Chair'는 디자이너가 허공에 그린 이미지를 모션 캡처로 인식한 후 3D 프린터로 제작한 의자다. 디자이너의 자연스러운 동작과 함께 정제되지 않은 형태는 그만의 철저한 기준과 규칙으로 형태가 다듬어지는 디자인이라는 창작 과정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100년 전 탄생한 예술은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가구와 장식 소품으로 우리의 집에 존재한다.




집 꾸미기에 관심이 높아진 요즘, 한 끗을 위해 아트 퍼니처를 선택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들이 선택한 아트 퍼니처 중 대부분이 초현실주의의 영향을 받은 작품일 것이다. 실제로 초현실주의자들이 자기만의 상상으로 새롭게 해석한 가구를 조각품으로 선보이면서 아트 퍼니처의 범위가 확장됐고 가구의 예술적 가치가 높아졌다. 이로써 곧 일상에 예술이 스며들었다. 100년 전에 탄생한 예술은 박물관이 아니더라도 가구와 장식 소품으로 우리의 집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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