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FEATURE|가드닝, 공동주택, 다양성

일러스트레이터의 상상력으로 지은 집

일러스트레이터 윌리엄 심

Text | Young-eun Heo
Photos | William Sim

일러스트레이터 윌리엄 심은 작은 장난감부터 거대한 건물까지, 지금까지 봤던 모든 오브제에 작가적 상상력을 섞어 그만의 특별한 집을 그린다. 일부러 반으로 잘라 내부가 보이도록 한 집은 실제로 누군가 살고 있는 것처럼 디테일이 살아 있다. 작가의 상상력, 누군가의 삶, 다양한 문화가 섞인 윌리엄 심의 집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준다.





어릴 적에는 누구나 자신만의 집이 있었다. 상상으로 지은 그 집은 숲 속의 가장 큰 나무 위에 있을 수도 있고, 바닷속 깊이 있을 수도 있다. 때로는 동네에서 제일 큰 집의 내부를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그려본 적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집은 생활 공간이 아닌 상상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어른이 된 지금도 꿈의 집을 상상하지만 어릴 때와 달리 조금 현실이 섞이게 된다.



하지만 자기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에게 집은 우리가 어렸을 때와 똑같이 자신만의 상상을 표현하는 도구가 된다. 싱가포르의 일러스트레이터 윌리엄 심William Sim은 팬데믹이라는 갑갑한 상황을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을 그리기 시작했다. 집의 단면을 잘라 외부와 내부가 모두 보이는 독특한 시점으로 그린 윌리엄 심의 ‘마삭-마삭Masak-Masak’ 시리즈는 집에 갇힌 느낌에서 도피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윌리엄 심의 상상 속 집은 더 다양해지고 정교해졌다. 침실을 기준으로 살짝 보이던 내부가 어느새 정원, 거실, 주방까지 갖춘 완전한 집으로 확장됐다. 간단한 가구와 장식만 있던 내부는 액자, 조명, 화분, 다기 도구 등 그 집에 사는 사람의 생활상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세밀해졌다. 덕분에 그림 한 장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쏟아진다.



그림을 한 장씩 넘겨 보면 작가의 인테리어 감각이 뛰어나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집을 장식한 소품은 물론이요, 패브릭 패턴 등을 보면 일관된 무드를 표현하기 위해 오브제의 종류와 색감, 형태에 신경 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윌리엄 심의 집은 상상의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인테리어에 관한 영감으로 가득하다.




“만약 그 집에 살았다면 갖고 싶었을 물건들을 그린 거예요.




종종 그의 그림에서는 동양풍의 장식이 발견된다. 특정 나라를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아시아인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이는 싱가포르라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그림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어느 지역에서나 흔하게 보는 것이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질 거예요. 물론 일부는 싱가포르의 역사, 문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이기도 하죠.




윌리엄 심이 그린 집이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이유는 현실에서 볼 법한 집이면서 동시에 어렸을 때 상상했던 집과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상성은 집 외형에서, 구조에서, 때로는 아주 작은 소품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집의 구성 요소를 제한 없이 변주하며 집을 상상의 공간으로 재창조한다. 이는 윌리엄 심이 어린아이와 같은 시선으로 그림을 그리기 때문이며 덕분에 그의 집은 모든 것이 가능한 세계가 된다.





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집을 그린 작가에게 과연 집은 어떤 존재인지 물었다. “진정한 나 자신이 될 수 있는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럼으로써 우리의 상상력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두려움 없이 꿈을 꿀 수 있게 만드는 발판이라고 할 수 있죠.”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집을 상상한 작가다운 대답이다. 그래서일까, 윌리엄 심의 환상적인 집은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릴 때처럼 무모하지만 생기발랄한 집을 상상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RELATED POSTS

PREVIOUS

새로운 내 집을 향한 첫걸음
하우스 리터러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