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으로 들어온 브루탈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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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으로 들어온 브루탈리즘

브루탈리즘 스타일 트렌드

Text | Young-eun Heo
Photos | Tommaso Riva, Laure Joliet, Felix Michaud

1960~1970년대에 유행했던 브루탈리즘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건축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이제 디자인 전반에 영향을 끼치며 새로운 스타일을 탄생시키고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이전과 달리 집 안에서도 노출 콘크리트 벽을 숨기지 않고, 재료의 질감을 날 것 그대로 드러낸 가구와 소품이 집 안을 차지하고 있다.








브루탈리즘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벙커를 닮은 건축물은 유럽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콘크리트의 거칠고 투박한 재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건축은 주로 학교, 교회, 관공서, 공공 주택과 같이 기관에서 주도한 건축물에 적용했다. 어쩌면 브루탈리즘이 사람들에게 경직되게 다가온 이유는 겉모습만큼 그 쓰임새에도 있지 않을까 싶다.



1970년대 이후 감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디자인이 대두되면서 브루탈리즘은 서서히 사라졌다. 이처럼 대중의 취향이 변하면서 브루탈리즘 건축물은 도시의 흉물이 되었다. 콘크리트 건물은 단단함이 장점이었지만 철거와 리모델링이 어렵다는 단점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행은 돌고 돈다. 2010년대 후반 미드센추리 디자인이 유행하면서 1960~1970년대 건축과 디자인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브루탈리즘도 재평가받게 되었다. 못생긴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멋진 콘크리트 벙커가 되며 ‘새로운 미니멀리즘’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2020년대 브루탈리즘의 부상은 건축뿐만 아니라 그래픽, 제품, 패션, 웹 등 디자인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테리어도 예외는 아니다. 놀라운 사실은 홈 인테리어 영역까지 브루탈리즘이 들어왔다는 점이다. 콘크리트의 거친 재질과 각진 형태가 과연 휴식과 안정이라는 기능이 가장 필요한 집에 어울리는지 궁금증을 넘어 의구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현재의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은 브루탈리즘의 투박함을 상쇄시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찾아냈다. 제일 손쉬운 방법은 재질 그 자체를 보여줄 때 가장 아름다운 자연물을 함께 배치하는 것이다. 목제 패널을 활용하거나, 나뭇결이 살아 있는 가구를 두거나, 푸른 식물을 집 안 곳곳에 배치한다. 덕분에 콘크리트가 집 안에서도 차가워 보이지 않으며 오히려 꾸미지 않은 듯한 자연스러움이 편안함을 준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콘크리트의 회색은 알록달록한 패브릭을 사용해 균형을 맞출 수 있다. 회색은 차가운 느낌을 주지만 여러 색과 매치하기 쉬운 색이기도 하다. 브루탈리즘 인테리어에는 회색의 이러한 장점을 활용한다. 원색의 패브릭 가구나 러그를 두기도 하고, 회색과 같은 무채색 침구나 카펫을 활용해 무드 톤 인테리어로 꾸민다. 패브릭의 따뜻한 재질은 콘크리트의 차가운 느낌을 희석하는 효과도 있다.








브루탈리즘은 가구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쳤다. 최근 가구 브랜드의 룩북을 살펴보면 전보다 콘크리트나 철, 대리석 등 무거운 중량감이 느껴지는 재질로 만든 가구가 많이 등장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가구는 곡선보다 직선이 두드러지는 각진 형태로 공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공간 한 부분을 차지한 브루탈리즘 가구는 조각처럼 보이기도 한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콘크리트, 화강암 같은 소재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을 주로 야외 발코니나 마당에 배치해 자연과의 역동적인 대비를 만든다고 전했다. 이런 가구는 튼튼하고 별다른 관리가 필요하지 않아 실외 가구로 적합하다는 장점도 알렸다.




“브루탈리즘 인테리어나 가구를 차갑 것이라 생각하지만 편안함을 결정하는 건 물질이 아니라 형태입니다.

- 안나 포포브, 인테리어 디자이너, <월 스트리트 저널> 인터뷰 중




한편 기술 발달과 재료의 다양성은 브루탈리즘을 더욱 유연하게 변신시키고 있다. 콘크리트를 조각해 전에는 볼 수 없던 부드러움을 더하기도 하고, 철 같은 다루기 힘든 소재에 곡선을 넣어 화려한 형태로 디자인하기도 한다. 이처럼 2020년대에 등장한 브루탈리즘은 과거와 달리 더 다채롭고 멋진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곧 우리 일상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원래 모든 디자인 스타일은 처음 유행할 때는 어색하고 받아들이기 힘들다. 따라서 새로운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열린 자세를 가진다면 어느새 브루탈리즘은 가장 멋진 방식으로 우리 삶 곳곳에 스며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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