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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의 집’에 담긴 미국 라이프스타일 60년사

바비의 드림하우스

Text | Hey. P
Photos | Evelyn Pustka for PIN-UP

인형이 사는 집만큼 어린이들의 판타지를 완벽하게 압축한 조형물이 있을까. 소녀들의 영원한 친구 바비가 1962년 ‘첫 집’을 장만한 지 60년이 흘렀다. 뉴욕 기반의 건축 매거진 <핀업Pin-Up>은 당대에 많은 인기를 끈 바비의 집 152채를 모아 한 권의 책에 담아냈다. 1920년대 첫 싱글하우스는 물론 1970년대 보헤미안 타운하우스 등을 통해 20~21세기 라이프스타일을 들여다본다.








티타임을 즐기는 응접실을 지나 계단을 오르자 아늑한 침실이 밀집한 2층이 펼쳐진다. 3층 다락방은 장난감과 책으로 가득하고, 주방에는 각종 요리 도구가 실물과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해 있다. 인형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한 번쯤 바비 인형을 손에 들고, 바비 하우스를 오가는 인형놀이를 통해 꿈에 그리던 이상적인 집을 ‘대리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비의 집은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일종의 프로토타입이라 할 만하다.



뉴욕 기반의 건축 매거진 <핀업>은 지난 60년간 선보여온 수많은 바비의 집 가운데 대중적인 인기를 끈 152채의 집을 한 권의 책으로 추렸다. 건축인들을 위한 조사 목적으로 만든 아트북 <바비의 드림하우스> 200권 한정으로 출간되자마자 매진되며 뜨거운 인기를 모았다. 바비 인형을 생산하는 완구 회사 마텔은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바비의 집은 곧 바비 자체로 해석될 수 있다. 집은 한 사람을 대변하는 상징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바비는 1962년 이후 늘 집을 소유했고 공간 속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했다.




바비는 1962년 이후 늘 집을 소유했고 공간 속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했다.




이 책에서는 시대별로 가장 인기를 끈 건축양식은 물론 집 구조, 가구 디자인 등 다양한 인테리어 요소를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1962년에 출시한 바비의 첫 번째 드림하우스는 접어서 휴대 가능한 2층짜리 싱글하우스다. 현관 양쪽의 데크 위로 플라워 박스를 설치하고, 2층에는 티타임이 즐길 수 있는 작은 파티오 공간을 둔 구조가 1960년대 전형적인 미국 주택을 연상시킨다. 서가에는 책이 빼곡히 꽂혀 있고, 부엌이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한 이 구조는 바비로 대변되는 고학력 독신 여성의 자유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찰스 & 레이 임스, 허먼 밀러, 플로렌스 놀에 의해 크게 유행한 모던 디자인 가구의 배치도 돋보인다. 건축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인 베아트리츠 콜로미나는 이렇게 말한다. “바비의 집들은 당대의 생활방식과 여성의 지위를 반영한 공간이라 할 만하다. 마치 TV 프로그램 촬영을 위한 세트처럼 제작해 아이들이 인형놀이를 통해 다양한 가정생활을 ‘공연’하도록 설계했다.








1970년대 들어 바비 하우스는 건축학적으로 변화를 꾀했다. 목가적 전원에 자리할 것만 같은 아담한 주택 대신 1m 높이의 현대적인 미니 타워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슬래브와 기둥 구조는 르코르뷔지에의 메종 돔이노Maison Dom-Ino와 유사하다. 1974년에 선보인 이 3층짜리 타워하우스 내부는 마르셀 브로이어의 상징적인 세스카 체어, 베르너 판톤의 컬러풀한 클래식 의자가 연상되는 미니멀하고 도회적인 가구로 채웠다. 넓은 채광 창, 슬라이딩 도어, 플라워 박스 등은 당대 포스트 모더니즘, 환경주의, 성장하는 미국 교외화에 대한 시기적절한 해석으로 읽힌다. 1990년대 들어 선보인 ‘매직 맨션Magic Mansion’ 시리즈는 당대 기술의 발전과 실용성을 강조한 사회 분위기와도 맥을 같이한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무선 초인종, 조명이 들어오는 벽난로와 랜턴은 물론 장미 무늬 벽지는 당대 유행하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로라애슐리와 랄프 로렌 홈의 로맨틱한 디자인 요소로 읽힌다.








그렇다면 현재의 바비 하우스는 어떤 모습일까. 어린아이들에게 ‘편협된 미의 기준’을 심어준다는 비판을 받으며 바비의 외형에 변화를 준 시기에 맞게 다양한 인종과 직업군을 반영한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집을 무대로 커뮤니티와 소셜 활동을 하는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바비의 드림하우스는 하나의 거대한 파티 장소라 할 만하다. 3층 루프톱에는 화려한 조명과 음향 장비를 설치해 영화관을 마련하고, 2층에는 대규모 드레스 룸을 두어 패션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젊은 층의 취향을 반영했다. 야외 수영장, 애완동물의 놀이 공간은 최근 MZ세대의 삶을 대변하는 키워드다. “급성장하는 소셜 미디어 영역과 오늘날 디지털 플랫폼을 주도하는 알고리즘 트렌드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공간이 특징”이라고 매거진 <핀업>은 설명한다.



바비 하우스를 건축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건축 평론가 이안 볼너Ian Volner의 분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비 하우스는 단순히 현실의 공간을 축소한 건물이 아니다. 그것은 만화에 나온 주방이나 일요일 신문 부록에 실린 아침 식사 공간에 대한 기억의 집합체다.” 우리의 주거 공간을 담은 장난감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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