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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네트워킹, 다양성, 재생

다시 뉴스레터 시대

서비스95 외

Text | Anna Gye
Photos | Service95, Lenny Letter, Goop, Substack

한동안 시들했던 뉴스레터 서비스가 창의적인 매체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뉴스레터 플랫폼을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콘텐츠 아이디어만 있다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 잘나가는 뉴스레터에 트렌드 정보는 없다. 알고리즘을 탈피한 솔직한 이야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고 싶은 재미와 공감 가득한 대화가 있다.








2022년 아티스트 두아 리파는 자신의 관심사를 나누고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으로 ‘문화 사회 컨시어지 서비스’를 지향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서비스95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나만의 리스트를 만들고 친구들에게 무언가 추천해주는 걸 좋아했어요. 서비스95 역시 저의 관심사를 나누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시작했죠.



그녀의 관심사는 패션, 음식, 여행, 아트, 음악 같은 문화 영역뿐만 아니라 코소보 내전으로 인해 난민 신분으로 영국에서 살았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난민 정책이나 이민 사회 문제 등 민감한 정치 이슈까지 아우른다. 최초의 흑인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Munroe Bergdorf와 대화를 통해 성 정체성과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영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스파킹(음료수에 약물을 타는 행위) 범죄에 대해 경고하기도 한다. 그녀는 <브리티시 보그> 매거진 인터뷰에서 서비스95는 정보를 제공하는 일반 뉴스레터 서비스와 다르다고 말한다. “어쩌면 제 메일이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팬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들이고, 이들이 영감을 얻고 사회를 직시하며 스스로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하는 목소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아 리파처럼 뉴스레터를 통해 팬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개인적 취향을 넘어 사회, 문화, 정치 현상을 다루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로 전 영화배우 메건 마클의 ‘더 틱’(서식스 공작 부인이 된 이후 서비스를 중단했다), 영화배우이자 작가 레나 덤햄이 운영했던 ‘레니 레터’ 등이 있다. ‘레니 레터’의 경우 동업 관계가 종료되면서 서비스를 중단해야 했지만 페미니즘, 여성 인권, 여성 혐오 범죄 등에 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다루는 보기 드문 콘텐츠였다.



미셸 오바마, 줄리앤 무어 등의 셀러브리티가 집필에 참여했고, 배우 제니퍼 로렌스는 ‘왜 남자 배우보다 출연료가 적을까?’라는 제목으로 솔직한 고백을 남겼다. 배우 귀네스 팰트로의 ‘굽’ 또한 그녀가 직접 만든 개인적 뉴스레터로 화제를 모았다. 지금은 거대 기업으로 성장해 상업 콘텐츠 성격이 강해졌지만 2008년 그녀가 보낸 첫 번째 편지는 매일 즐겨 먹는 칠면조 라구와 바나나 너트 머핀 레시피였다. 먹고 마시고 즐기는 삶의 모든 것을 일기처럼 적었고, 그녀처럼 멋지게 나이 들고 싶어 하는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뉴스레터 서비스는 어떤 소셜 미디어보다 직접적인 접촉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이메일로 소통하는 뉴스레터 서비스는 어떤 소셜 미디어보다 직접적인 접촉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플랫폼 서비스에 구애받지 않고, 트렌드에 연연하지 않고, 원하는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2020년경 구독경제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쏙쏙 골라 이메일로 전달해주는 뉴스레터 서비스가 기존 출판물을 대신하는 뉴미디어로 떠올랐다. 하지만 열기는 금세 식어버렸다. 서비스가 급진적으로 늘고 광고성 콘텐츠로 변질되면서 사람들은 메일 함에 스팸처럼 쌓여가는 정보에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한 기업들도 뉴스레터 서비스에서 손을 뗐다. 트위터는 뉴스레터 서비스 ‘레뷰’도 중단했고, 페이스북은 유명 작가, 언론인이 직접 쓴 글을 구독하는 뉴스레터 서비스 ‘불러틴’의 론칭 소식을 알리자마자 사업을 접었다.








2023년 미디어 포럼에서 <파이낸셜 타임스> 뉴스레터 서비스 총괄 세라 에브너Sarah Ebner, <이코노미스트 투데이> 뉴스레터 편집자 에런 콜테이트Aaron Coultate, <더 가디언> 에디터 니모 오머Nimo Omer는 다시 뉴스레터 서비스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고했다. 세분화되고 개인화된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발전하리라는 것이었다. 에런 콜테이트는 ‘뉴스레터는 곧 커뮤니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세웠다. 셀러브리티, 작가, 기자 등 글쓴이의 팬들이 모이는 자리이자 소통 창구가 되고, 콘텐츠 또한 커뮤니티만이 공유할 수 있는 개인적이고 친밀한 콘텐츠 위주로 변화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구독자 취향을 우선으로 다수의 사람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보 매체였던 뉴스레터를 소셜 미디어처럼 발행자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메일 제목부터 달라야 합니다. 개성이 중요해지는 거죠. 개성에는 글뿐만 아니라 비주얼도 포함됩니다. 뉴스레터는 독서를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글맛’보다 ‘보는 맛’이 필요하고 다양한 링크와 소셜 미디어와 연계되어야 합니다.



<엘르> 매거진은 기사를 통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플랫폼이 비슷비슷해지면서 미디어 생태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 시도가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한때 유행처럼 번지던 블로그가 뉴스레터 서비스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힐러리 커Hillary Ker의 뉴스레터 ‘하이 에브리원’은 출산과 팬데믹 여파로 스타일을 잃어버린 자신을 독려하고 새로운 패션 스타일을 찾아 나서는 체험기를 담는다. 청바지, 보디슈트, 스커트 등 각 품목마다 다른 컬러와 스타일의 옷을 주문해서 직접 입고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도 한다. 그녀와 비슷한 경험을 한 주부들은 함께 울고 웃으며 피드백을 남긴다. 유료로 뉴스레터를 구독하면 그녀와 직접 메시지를 나눌 수 있다.








이처럼 한동안 시들했던 뉴스레터 서비스가 개인적인 매체로 새롭게 해석되고 있다. 유튜브처럼 창작자가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현상의 사례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서브스택, 비하이브  D2C(Direct to Creator) 방식으로 운영하는 뉴스레터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고 콘텐츠의 아이디어만 있다면 강력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 팬층을 이용해 다양한 부가 사업을 펼치는 것도 가능하다. 서브스택 CEO 크리스 베스트Chris Best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쉬운 이메일이라는 도구를 이용해 자신만의 미디어 왕국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요즘 구독하고 싶은 뉴스레터에 트렌드 정보는 없다. 알고리즘을 탈피한 진짜 스토리, 명확한 사회적 목소리, 친구와 함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누고 싶은 공감 가득한 대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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