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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도시, 큐레이션

베니스 아파트로의 이상한 초대

베니스 비엔날레 에스토니아관 전시 <홈 스테이지>

Text | Young-eun Heo
Photos | Kertin Vasser

2년에 한 번 베니스에서는 날씨가 더워지는 시기가 되면 건축 비엔날레가 열린다. 세계의 각 나라는 현재 건축계가 주목해야 할 주제를 정해 전시를 연다. 올해 인상적인 전시 중 하나는 아파트를 빌려 현재의 주택 문제를 비판하는 에스토니아관의 전시 <홈 스테이지>다. 전시 기간 동안 9명의 배우가 아파트에서 지내며 현 주택의 문제점을 연극처럼 보여준다.








주택이 더 이상 가족과 개인의 공간이 아닌 투자와 투기의 공간이 된 것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종종 해외 뉴스에서 그 나라의 주택난과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기사를 읽긴 했지만, 가까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보니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는 주택 문제와 그에 관련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특히 전 세계 건축계의 시선이 집중되는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와 같이 큰 행사에서 주택과 부동산의 상관관계를 다룰 때면 더욱 크게 와닿는다.



올해 열린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에서는 에스토니아가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베니스의 아파트를 하나 빌려 전시를 열고 있다. 거실, 주방, 2개와 욕실로 이뤄진 임대 아파트에는 공간마다 원래의 역할을 살짝 비튼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실제 아파트를 개조한 공간이라 친근하게 다가오지만 오히려 비현실성이 강조되기도 한다.




경험과 감정을 끌어내는 베니스 아파트로의 이상한 초대는 집을 비판적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해준.




이곳에서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되는 공간은 거실과 주방이다. 거실에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지는 캐비닛이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는 문서를 정리한 서류함과 추억이 담긴 사진 액자, 조각품, 그리고 식물을 심은 화분이 각 층에 정리되어 있다. 관람객은 서류를 꺼내 읽어봐도 되고, 사진을 천천히 둘러봐도 된다. 주방에는 독특한 주방 도구가 걸려 있다.










2개의 방 중 하나에는 침대가 놓여 있는데, 이불에 이번 전시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일 배우 9명의 이름이 수놓여 있다. 침실 여기저기에 널브러진 소품들은 진짜 누군가의 방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편 수도꼭지에서 물이 분수처럼 뻗어 나오는 욕실과 먼지 덩어리가 굴러다니는 작은 방은 생활감이 묻어나는 아파트를 비현실적 공간으로 만든다. 분명 전시가 끝나면 다시 누군가의 집이 될 공간임에도 고장 나고 더러워진 욕실과 작은 방은 아무도 살지 않아 그 기능을 잃어버린 버려진 아파트를 떠오르게 한다.



에스토니아의 <홈 스테이지Home Stage>전이 독특한 또 다른 점은 전시가 열리는 9개월 동안 현대인의 삶을 표현하는 퍼포먼스가 매일 열린다는 것이다. 에스토니아 출신 배우 9명이 각자 한 달 동안 전시장인 아파트에서 지내며 실제 이곳에 사는 사람처럼 일상생활을 연기한다. 각자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관람객은 1시간 30분간 연극을 보는 듯한 경험을 한다.








각 배우가 연기할 내용과 방법은 각기 다르지만, 지금의 주택 문제가 우리 일상과 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예를 들어 한 배우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도시에 발생한 보이지 않는 문제들을 일상의 가사 업무를 통해 보여줄 예정이다.



전시 는 베니스의 작은 아파트에서 집과 부동산, 꿈과 현실, 임차인과 소유주라는 모순된 입장에 관해 이야기한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기보다는 투자와 투기가 벌어지는 재화로서의 주택,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진 소유주와 거주자의 비율, 가족의 역사가 새겨지는 안정된 공간이 아니라 빠르게 매매되어 덧없이 흘러가는 공간으로의 변화 등. 현재 집이 안고 있는 문제를 되짚어보며 결국 현재의 집은 라이프스타일의 일회용 제품일 수도 있다는 가설을 전달한다.








전시를 둘러보는 동안 관람객은 집에 초대받은 손님이거나, 호기심 많은 이웃 혹은 집을 사러 온 매매자가 될 수 있다. 어떤 입장이 되었든 전시장에서 느낀 감정은 이전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의 경험과 감정을 다시 끌어내는 베니스 아파트로의 이상한 초대는 집이라는 공간을 비판적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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