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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리얼 라이프 구경하기

유튜브 채널 ‘케일럽 심슨’

Text | Young-eun Heo
Photos | Caleb Simpson

‘저 사람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라는 궁금증은 누구나 한 번쯤 가져봤을 것이다. 미국 뉴욕에서 활동하는 유튜버 겸 틱톡커인 케일럽 심슨은 이 궁금증을 스마트폰 하나로 해결한다. 길에서 마주친 사람에게 집을 보여달라 부탁하고, 요청에 응하면 집에 찾아가 그가 사는 모습을 찍는다. 이 몰래카메라와 같은 영상에는 뉴요커의 리얼 라이프가 담긴다.








케일럽 심슨의 유튜브 채널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인스타그램에 그의 영상이 추천으로 떴는데 뜬금없이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월세를 물어보는 그의 패기에 놀라 나도 모르게 재생 버튼을 눌렀다.



채널을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구독자 수가 100만 명이 넘은 케일럽 심슨의 콘텐츠는 간단하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 아무에게나 인터뷰를 요청하는데, 첫 질문이 “뉴욕에서 한 달 월세 얼마 내고 살아요?”다. 세상에나. 모르는 사람에게 월세를 물어보다니. 민감한 질문인데도 인터뷰이는 당황하지 않고 당당히 월세를 밝힌다. 그러면 케일럽 심슨은 이렇게 부탁한다. “당신의 집을 봐도 될까요?



더 놀라운 점은 갑작스러운 부탁에 다들 흔쾌히 응한다는 것이다. 영상은 금세 인터뷰이 집으로 바뀐다. 인터뷰이는 집 구석구석을 소개하며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 보여준다. 왜 이 집에서 살게 되었는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했는지 등 집을 자랑하지만, 사실 이 인터뷰의 본질은 인터뷰이의 삶이다. 집 구조와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하고 좋아하는 것을 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왜?’라고 이유를 묻게 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인터뷰이의 인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케일럽 심슨의 영상에 등장하는 뉴요커는 다양하다. 일단 케일럽 심슨이 뉴욕 전 지역을 다니며 인터뷰하는 것도 이유지만, 다양한 직업군과 계층의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 영상에 등장한 사람들이 지불하는 월세는 최하 수백 달러(뉴욕에선 이 금액이 기본이다)부터 최고 2만 달러까지 이른다. 당연히 월세에 따라 집 규모가 다르다. 월세가 높을수록 집이 크고 인테리어가 고급스럽다. 반면 한국보다 비싼 월세를 내고 훨씬 작은 공간에 사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작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인테리어 팁을 얻을 수 있다. 한 인터뷰에서 케일럽 심슨은 인터뷰이들의 공통점을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아무리 집이 작아도 자기 삶에서 중요한 것을 위한 공간을 꼭 마련한다는 걸 알았어요. 이러한 특징은 작은 집에서 더 두드러지죠.




“사람들은 아무리 집이 작아도 자기 삶에서 중요한 것을 위한 공간을 꼭 마련한다는 걸 알았어요.




케일럽 심슨의 채널이 인기 있는 이유는 뉴요커의 진짜 삶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동안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뉴욕의 집은 맨해튼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집이거나, 오래된 집을 예술적 감성으로 꾸민 낭만적인 집이었다. 매체 속 이미지는 뉴욕에서의 삶을 꿈꾸게 했다. 하지만 케일럽 심슨의 영상에 등장하는 집은 멋있지 않을 때도 있다. 하얀 벽에 TV만 달랑 걸어둔 집도 있고, 공간이 작아서 물건을 쌓아둔 집도 있다. 어떤 이는 트럭에서 살기도 하고, 코로나19 이후 직장과 집을 잃어 예전에 살던 집을 보여준 사람도 있다. 구독자는 이제야 뉴요커의 리얼 라이프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케일럽 심슨은 자신의 채널이 단순히 집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아님을 강조한다. 집보다 거기서 사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누군가에게 예민한 문제일 수도 있는 월세와 집을 공개하는 영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도 코로나19 이후 혼자 작업하면서 느낀 인간관계의 중요성과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일까, 영상 속 케일럽 심슨은 오랜 친구 집에 놀러 간 것처럼 편안하게 집을 둘러보고 인터뷰를 진행한다. 인터뷰이의 침대에 누우면서 영상을 끝낼 때도 있다. “인터뷰이가 저를 10년 지기처럼 느꼈으면 해요. 그래서 인터뷰이의 집에 들어가면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죠. 이 점이 제 채널의 인기 요인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타인의 삶이 지나치게 노출되는 것을 걱정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월세를 솔직하게 공개함으로써 벌어지는 부정적 측면을 우려한다. 뉴욕은 워낙 월세가 높다 보니 저렴한 지역을 찾는 이가 많기 때문이다. “이웃집을 보여주는 영상 때문에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낙후된 동네가 젊은 이웃들 덕분에 힙한 장소가 되고,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면서 동네가 변화된 모습을 볼 수 있어 유익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타인이 사는 모습을 구경한다는 점에서 케일럽 심슨의 채널이 자극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채널은 긍정적 효과가 많다. 예를 들어 한 예술가 집에 방문했을 때는 구독자들이 집에 걸린 그의 작품을 보고 그것을 구입했다고 한다. 또 성공한 이민자의 집을 보고 같은 입장의 구독자들이 힘을 얻었다는 댓글을 남겼다. 이처럼 케일럽 심슨의 채널은 뉴욕의 비싼 월세와 화려한 집에 가려진 뉴요커들의 꿈과 유대감을 들춰내 보여준다. “구독자들이 자기 일을 열심히 하며 꿈을 좇는 사람들을 보며 자극받고 희망을 얻었으면 해요. 삶을 공유하려는 의지는 제 채널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예요.



케일럽 심슨 채널은 이제 유명해져서 일반인뿐 아니라 모델이나 사업가 등 유명인의 집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 자신의 집을 소개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신청하는 구독자도 있다. 집을 자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건, 더 다양한 형태의 집과 삶을 소개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케일럽 심슨은 제작한 영상 중 일반인의 집을 80% 소개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또 앞으로는 뉴욕 외 지역의 집을 소개하고, 기회가 된다면 유럽과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다니며 영상을 제작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케일럽 심슨이 한국에 와서 “서울의 한 달 월세는 얼마인가요?”라고 묻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과연 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인의 집과 삶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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