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FEATURE|재생, 큐레이션

케냐 건축가들이 동굴에서 찾는 그것은

덴마크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 전시 <케이브 뷰로>

Text | Jehoun Gim
Photos | Jehoun Gim,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전시 제목과 동명의 케이브 뷰로는 덴마크의 현대미술관에 초청된 케냐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유럽과 불편한 역사적 배경을 통해 연결된 이들은 같은 인류로서 하나 되어 미래 삶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속 가능한 미래가 촉구되는 현시점에서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안한다.








지금의 다양한 주거 형태가 자리 잡기까지 인류의 건축양식과 주거 형태는 수백만 년 동안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모두가 알고 있듯 인간이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기후와 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동굴이었다. 인류가 사냥을 시작한 이래로 자리 잡은 사냥에 대한 본능이 오늘날의 인류에게도 남아 있듯, 인류가 동굴에서의 삶을 시작한 이래로 주거와 안전에 대한 본능 또한 오늘날의 인류에게 남아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인류가 동굴로부터 발견할 수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




케이브 뷰로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원시적 연구가 오히려 현대건축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케냐의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케이브 뷰로Cave_bureau는 동굴의 특성을 연구하고 분석해 그 본질을 파악함으로써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렇게 과거로 회귀함으로써 미래의 방향성을 탐색하는 관점에서 인류의 자연 파괴가 극에 달한 오늘날 자연환경과 현대 도시 환경이 슬기롭게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한다.








케이브 뷰로 스튜디오가 정의하는 케냐의 화산 동굴은 초기 인류의 주거지일 뿐만 아니라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프리카 노예들을 중동과 유럽으로 운송하던 18세기경 노예들을 선박으로 이동시키기 전에 집결시켜 가둬놓은 장소가 바로 케냐의 화산 동굴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은 덴마크 코펜하겐 교외에 자리한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에서 <케이브 뷰로>전을 특별 전시의 마지막 레퍼토리로 선정한 당위성과도 연관이 깊다. 덴마크는 18세기경 노예 무역에 필수적이었던 선박 사업에 관여해 케냐로부터 다른 식민 국가로 약 10만 명의 노예를 운송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러한 불편한 역사를 직시함으로써 자국민에게 객관적이고 자기비판적 관점을 제시하려는 것이 전시 기획의 의도 중 하나다.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 같은 프랑스의 대형 뮤지엄이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자태를 자랑한다면,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은 소박한 외관 속에 숨은 내부의 깊이와 주변 환경과의 조화를 중시하며 관람객을 점점 깊고 아름다운 곳으로 이끈다. 입구에서 보이는 단출하기 이를 데 없는 2층짜리 건물을 통해 뮤지엄 안으로 들어서면 길게 뻗은 회랑과 넓은 창 너머로 풍성한 정원이 보이고 그 너머로 긴 수평선을 이루는 바다가 펼쳐진다. 예상치 못한 스케일에 압도된 다음에는 파인 아트 전시로 이끌린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파인 아트 라인업은 이름값이나 작품의 금전적 가치보다는 현시대에 전하는 메시지와 미학적 가치에 기반해 선정한다. 형형색색의 현대미술 작품이 뽐내는 긴 관문을 지나면 마지막에 <케이브 뷰로>전이 자리해 있다. 이러한 기획은 다양한 작가들의 세계관에 몰입되어 꿈을 꾸고 있는 듯한 관람객을 위한 알람과 같이, 인류 역사와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지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고뇌하게끔 유도한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 Kim Hansen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다양한 조형물은 동굴과 과거 건축물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동굴에서 형성된 인류의 본능이 어떻게 초기 건축 디자인으로 연결되었는지를 설명한다. 케이브 뷰로 스튜디오는 가장 대표적인 돔 건축물인 판테온 신전과 동굴의 구조적 유사성을 예로 들며, 이 둘이 공유하는 본질적 공통점을 강조한다. 이는 어떠한 건축 구조든 그냥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디어로 생성된 것이 아닌, 인류의 본능 어딘가에 숨어 있는 자연의 이치를 발견한 건축가의 번뜩임으로부터 생성된 것임을 시사한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 / Kim Hansen




전시의 클라이맥스는 실제 동굴을 3D 스캔해 그 정보를 죽부인과 유사한 수공 직물 패턴으로 구현한 거대한 조형물이다. 이는 실제 동굴 사이즈로 제작했는데, 왜 전시장 한가운데 이런 거대한 동굴을, 그것도 대나무를 엮어 재현했는지 관람객은 충분히 의문을 가질 법하다. 스위스 현대건축 매거진 <월드 아키텍츠> 케이브 뷰로 스튜디오가 의도한 실험이 ‘인류 최초의 건축물’을 ‘인류 최초의 텍스타일 공법’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건축의 근본적 요소를 이해함으로써 현대건축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부시키는 것이 핵심이란 말이다.



이 매체는 시게루 반이 설계한 국내 골프 클럽하우스 ‘해슬리 나인브릿지’ 천장에도 이러한 아이디어의 유사성이 있다고 소개하며, 케이브 뷰로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원시적 연구가 오히려 현대건축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케이브 뷰로 스튜디오는 이러한 분석적 관점을 통해 미래의 건축물은 지질학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바탕으로 지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이들이 발견한 인사이트를 다양한 방식으로 공유한다.




RELATED POSTS

PREVIOUS

뉴요커가 개별 세탁기를 두는 것은 사치
셀시우스

NEXT

3차원 여백까지 활용하는 가구
범블비 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