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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라이프스타일, 힙스터

미국 MZ세대가 빠진 구식 텀블러

스탠리 텀블러

Text | Hey. P
Photos | Flora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권장해온 미국 내 텀블러 사용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듯하다. 지난 11월, 화재로 잿더미가 된 자동차 운전석 옆자리에서 발견된 멀쩡한 스탠리 텀블러가 틱톡 영상에 오른 뒤 '평생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보온병'이라는 인식이 MZ세대의 폭발적 구매를 이끌었다. 이제 미국에서는 피트니스 센터, 공원, 대학 강의실에서, 심지어 초등학생의 작은 손에서도 다양한 색감을 뽐내는 스탠리 텀블러가 들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화재로 내부가 전소된 자동차. 모든 것이 잿빛으로 변한 앞 좌석에서유일하게 건재한보온병 하나가 있었다. 큰 훼손 없이, 심지어 전날 담아둔 얼음물이 남아 있기까지 한 이 믿기 힘든무적의스탠리Stanley 텀블러는 그야말로 MZ세대의 구매욕을 촉발했다. 지난 11 16일 틱톡에 올라온 이 영상은 조회 수 9100만 회를 넘기며 스탠리 텀블러 매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미 그 이전 밸런타인데이 시즌에 스타벅스와 스탠리가 협업한 핑크색 텀블러가 오픈런 현상과 함께 품귀 현상을 빚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바야흐로 스탠리 텀블러가 미국인의 일상과 함께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가 뜨겁다. 운동 연습을 하러 나온 초등학생, 무리 지어 길을 걷는 고등학생, 피트니스 센터에서 마주한 클럽 멤버들의 손에도 큼지막한 손잡이가 달린 화려한 색감의 스탠리 텀블러가 들려 있다. 1913년 출범한 110년 전통의 아웃도어 브랜드, ‘해머톤 그린Hammertone Green’이라 부르는 국방색 캠핑용 보온병으로 알려진 스탠리가 오늘날 인기를 끄는 데에는 텀블러를 취향의 매개체로 인식하는 젊은 세대의 시선이 주효했다. 스탠리는 주로 자연을 사랑하는 남성과 관련된 제품을 만들었지만,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시장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완하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광범위하고 다양한 고객을 사로잡았다.





www.stanley1913.com




스탠리 제품 가운데서도 미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이 스며든 모델은 스탠리 어드벤처 퀜처Stanley Adventure Quencher. 고강도 운동 시, 출퇴근길에 휴대하기 편한 진공 텀블러로 긴 시간 보온·보냉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텀블러 하단을 자동차 컵홀더에 들어가도록 날씬하게 제작해 운전 중에도 사용이 편리하다. 2022년부터 퀜처 텀블러를 사용해 현재 47개의 컬렉션을 소지하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 첼시 에스페호Chelsea Espejo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텀블러는 제 성격의 일부예요. 기분이나 그날 착용한 의상에 따라 어떤 텀블러를 들지 결정합니다. 올바른 색을 선택하면 하루가 계획한 대로 흘러가는 느낌이에요.”








텀블러에 취향을 드러내는 것은 친환경을 실행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문구나 직접 그린 그림을 보온병에 새기거나, 실리콘 빨대 입구를 덮는 다양한 커버캡(straw covers cap)을 이용하기도 하고, 뚜껑 부분에 이름표를 붙이는 네임 플레이트를 부착하거나 텀블러에 미니백을 달아 자동차 열쇠, 지갑 등 기본 소지품을 담아 다니기도 한다. 'LA 타임스' 최근 기사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10대들은 텀블러를 가방에 넣지 않고 손에 들고 다니며 스티커와 자신만의 액세서리를 부착한다. 스스로가 트렌디하고 친환경에도 관심이 많다는 일종의 고백과 같다.”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소셜 미디어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시장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완하는 디자인 제품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몇 년 전부터 스탠리가 촉발한 텀블러 열풍은 정점에 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럭셔리 텀블러 시장을 이끈 예티Yeti, 하이드로 플라스크Hydro Flask 등 디자인과 기능성을 겸비한 아웃도어 브랜드들도 앞다퉈 보다 견고하고 실용적이며 다채로운 색을 보유한 수많은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지난해 7 50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0배의 수익을 거둔 스탠리 텀블러. 이 뜨거운 열기는 휴대하고 마시는 음료조차 무엇에 담아야 할지, 휴대하는 물병조차 고민해야 하는 시대라고 말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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