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을 넘어, 내 집 자체가 될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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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넘어, 내 집 자체가 될 AI

소비자 가전 박람회 ‘CES 2025’

지난 1월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인 CES 2025의 화두는 인공지능이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래 기술로 여겨 멀게만 느껴진 인공지능을 각종 전자 기기와 모빌리티, 실제 손에 잡히는 제품에 적용함으로써 이제 우리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기술이 될 것임을 확실히 보여줬다.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가득한 집 안의 가상 이미지 / ©HMMB



CES 2025가 보여준 미래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인공지능이 일상생활에 얼마나 원활하게 적용될 것인가였다. 실제로 자동차, 드론과 같이 기술 집약적인 모빌리티나 기기 외에 칫솔, 베개, 거울, 안경 같은 작은 제품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된 다양한 신기술과 제품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분야는 가전제품이었다. 일명 AI’라 불리는 이 분야는 말 그대로 집 안 전체에 인공지능이 결합된 것으로, 인공지능이 거주자의 생활 패턴을 분석해 개인에게 맞춘 환경을 제공하고 보다 편리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AI는 다양해진 주거 형태와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개인에게 맞춘 AI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집 안 곳곳에 설치된 센서는 가족 구성원을 목소리나 행동 패턴으로 구분하고, 작은 움직임과 소리, 주변 환경을 감지해 현재 각 개인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거주자가 기침을 하거나 호흡이 평소와 다르다면 홈 AI가 거주자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고 집 안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따뜻한 물을 마시도록 권유한다. 만약 거주자가 환자라면 달라진 건강 정보를 기록해 병원이나 주치의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즉 집 전체가 가족 개개인의 비서 겸 집사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개인화는 유아와 노인 돌봄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은 CES 2025 부스를 통해 자사 홈 AI가 노인, 어린아이, 반려동물의 고도화된 보호 기능이 가능함을 보여줬다. 고령의 거주자가 집에서 쓰러지거나 넘어졌을 때 인공지능 센서가 이를 인지하고 보호자의 스마트폰이나 TV로 알림을 보내 빠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한국에 유용한 기능으로, 이것이 가족이 아닌 병원이나 주치의에게 연결된다면 독거노인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 예상한다. 한편, CES 2025의 두드러진 기술 중 하나는 로보틱스Robotics였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등장한 홈 로봇이 상용화되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인공지능과 결합된 홈 로봇은 귀여운 외모에 집안일을 관리하는 집사 역할뿐 아니라 아이나 노인의 말동무가 되어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는 또 다른 가족이었다. 이를 통해 몇몇 매체는 곧 반려 로봇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측하기도 했다.



Less artificial. More human | Life’s Good l LG / YOUTUBE@LGGlobal



삼성 AI x IoT 가상 이미지



LG HOME AI 가상 이미지



OMNIA 스마트거울 가상 이미지



AI의 도입은 우리를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키기도 한다. 삼성, LG 같은 세계적 전자 기업들은 AI가 결합된 전자 제품을 발표했다. 보관한 식품 목록은 물론 유통기간까지 파악해 이를 알려주는 냉장고는 그다지 놀라운 기술도 아니었다. AI의 세탁기와 건조기는 빨래의 원단을 스스로 판단해 세탁과 건조 사이클을 알아서 조절하고, 거주자의 평소 생활 패턴을 파악한 로봇 청소기는 퇴근하기 전에 알아서 집 안을 돌아다니며 청소한다. 또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를 인지한 전자 기기는 저절로 절약 모드로 들어가 불필요한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 이처럼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고도화된 전자 기기로 가사 노동으로부터의 해방이 가능하다. 이제 우리는 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족 혹은 나 자신에게 쓸 수 있으며, 집에서의 활동이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인공지능과 그것을 이용한 편리한 기술은 집이라는 공간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사무실 같은 업무 공간에도, 매장이나 호텔 같은 상업 공간에도 적용된다. 사무실의 인원수에 따라 온도와 습도가 자동 조절되고, 호텔 투숙객의 신체 정보에 따라 객실 온도가 조절된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취향이 중요해진 초개인화 현상과도 연결되어 나만을 위한 경험을 할 수 있게 한다. 또 홈 AI는 모빌리티와도 연결될 수 있다. LG는 홈 AI를 차량으로 확대한 예시를 보여줌으로써 가까운 미래의 모빌리티 경험까지 제시했다. 집에서처럼 차 안에서도 인공지능이 운전자와 탑승자의 행동을 파악해 내부 온도를 조절하고, 심박수 측정으로 졸음운전을 파악해 경고음을 울리는 등 사고 예방에도 AI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자율 주행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CES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모빌리티를 경험해볼 수 있었다.



제대로 구현된 AI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삶을 더 좋게 만들고 있다



CES 2025는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삶에 얼마나 가깝게 다가왔는지를 체감한 시간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IT와 관련된 행사는 그다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기술을 보여줬고, 그것이 얼마나 일상을 바꿀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번 CES 2025는 고도로 발전한 기술을 자랑하는 것보다 일상생활을 향상시키는 소프트웨어의 발전이 더 의미 있음을 보여줬다. 이에 미국 가전제품 제조업체 하이센스 아메리카Hisense Americas CEO 데이비드 골드David Gold제대로 구현된 AI는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 삶을 더 좋게 만들고 있습니다라며, 앞으로 AI 기술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삶을 윤택하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Samsung, 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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