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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홈데코, 힙스터

집을 부풀어 오른 가구로 채운다면

가구 디자이너 구스타프 베스트만

몇 해 전부터 인플루언서의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리빙 아이템이 있다. 모서리가 통통한 접시와 컵, 테두리가 물결 형태인 거울, 동그란 스툴과 테이블 등이다. 잠깐 봐도 인상에 남은 이들 가구는 현재 가장 주목받는 가구 디자이너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작품이다.






구스타프 베스트만Gustaf Westman은 대학교를 졸업한 2019, 자기 이름으로 스튜디오를 열고 무려 3년 만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그가 빠르게 유명해진 이유는 독특한 디자인 덕분이다. 앞서 말했듯이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작품은 곡선과 동그란 모서리로 부드럽고 가벼운 느낌을 주고, 통통 튀는 색감으로 보는 이마저 즐겁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한 건 둥근 모서리와 통통한 형태가 특징인청키Chunky’ 시리즈다. 테두리가 물결 형태인 청키 거울과 풍선처럼 생긴 접시와 컵은 구매하려면 대기를 해야 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 외에 둥그스름한 소파블로브Blob’, 끝이 동글게 말린 조명컬리 램프Curly Lamp’, 핑킹가위로 자른 듯 구불구불한커비Curvy’ 시리즈 등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세계가 펼쳐진 시리즈와 제품 모두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채도가 높은 색상과 매끈거리는 광택감으로 다 똑같은 소재를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제품마다 다른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특징이다. 그가 애용하는 재료는 나무로, 최대한 스웨덴 목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리, 세라믹, 금속도 사용하는데 이러한 소재의 다양성은 디자이너로서 소재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연구한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형태와 색감으로 인해 공산품처럼 보이지만 놀랍게도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제품은 전부 스웨덴 목공예가, 금속공예가, 장인과 협업하여 주문 제작 방식으로 생산한다. 빠르게 대량으로 제작해 소비 심리를 자극하려는 현재의 리빙 시장과 반대로 가는 이유는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구스타프 베스트만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방식을 최대한 고수할 생각이며, 이를 위해 스튜디오를 소규모로 운영하는 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답했다.




둥근 모서리와 통통한 형태가 특징인청키Chunky’



둥그스름한 소파블로브Blob’



끝이 동글게 말린 조명컬리 램프Curly Lamp’



핑킹가위로 자른 듯 구불구불한커비Curvy’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한 구스타프 베스트만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거쳐 가구 디자인에 정착했다. 건축을 배우고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하면서 가구 디자인이 자기에게 맞는 일이라고 판단했다고.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가구 디자인을 선택한 거죠.” 자기 자신에게서 즐겁고 유쾌한 디자인의 원천을 찾은 그는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한다. “어떤 디자인이든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제 가구를 보면 바로 어떤 기능이 있는지 직관적으로 알았으면 합니다.” 자신의 철학을 솔직하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디자인은 새로움을 찾는 기업의 흥미를 자극했다.


기업과의 협업 프로젝트 중 그의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건 데이팅 앱 필드Feeld와의 협업이다. 그는 3명이 함께 누울 수 있는 침대와 슬립웨어, 가전제품이 하나로 돼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집에서 데이트를 하면 어떨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한 상상은 엉뚱하고 기발한 가구와 아이템을 탄생시켰다. 한편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디자인을 제일 잘 보여준 프로젝트로는 지난 5월에 발표한 메르세데스-벤츠와의 협업 역시 꼽을 수 있다. ‘자연에서 하룻밤을 보낸다라는 콘셉트로 메르세데스-벤츠 CLA 모델을 핑크색 캠핑카로 변신시켰다. 잠잘 수 있게 지붕에 텐트를 설치하고, 차 뒤편에 피크닉 테이블을 달았다. 차 색상과 맞춘 핑크색 피크닉 매트와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시그너처인 청키 시리즈에서 본뜬 접시와 거울도 세트로 출시했다. 핑크색의 동글동글한 차체는 부풀어서 터질 것 같은 통통한 조각을 만드는 에르빈 부름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다가오는 가을에는 이케아와의 협업 제품을 공개할 예정이다. ‘축하를 주제로 가족과 친구가 한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고 시간을 공유하는 전통적인 축하 방식을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케아와의 협업이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문 제작 방식으로 인해 오래 기다려야 하는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가구와 액세서리는 스웨덴 장인이 만들어 가격이 높은 편인데, 이케아와의 협업으로 비교적 저렴한 가격을 기대하는 소비자도 있다.



모든 걸 균형 있게 배치할 필요는 없어요. 어느 공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만 엄선해서 가져다 둔다면 그게 바로 완벽한 믹스 매치죠.”



최근 구스타프 베스트만은 유럽의 도시를 돌며 작은 팝업을 열고 있다.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등 도시의 작은 아파트나 에어비앤비를 대여해 작은 쇼룸 겸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실제 생활하는 공간에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제품이 놓여 있어 그의 가구와 작품이 일상에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경험할 수 있다. 국내 리빙 매거진 리빙센스와의 인터뷰에서 구스타프 베스트만은 맥시멀리즘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모든 걸 균형 있게 배치할 필요는 없어요. 어느 공간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만 엄선해서 가져다 둔다면 그게 바로 완벽한 믹스 매치죠. 자기 취향을 믿으면 돼요라고 인테리어 팁을 전하기도 했다.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가구는 함께 있을 때 큰 힘을 발휘하지만, 작은 아이템 하나만 두어도 방 분위기를 즐겁고 유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이것이 바로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다. 우리는 긴 시간을 거치면서 손바닥만 한 작은 아이템이 집 전체 분위기를 바꾸고 그로 인해 일상에 활기가 돈다는 사실을 알았다. 구스타프 베스트만의 제품은 이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Gustaf Westman, Mercedes-Ben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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