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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오가닉, 재생, 프리미엄

더 적게 팔자는 이상한 회사

가구 브랜드 비초에

새로운 제품을 얼마나 다양하고 빠르게 선보여야 하는지가 관건인 오늘날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비초에는 ‘새로운 것을 만들지 않으며, 더 적게 팔자’는 철학을 실천하는 중이다. 신제품 출시 없이 60년 동안 단 3개의 제품 라인만 생산해온 이 회사가 어떻게 전 세계 70개국에 제품을 판매하는 회사가 된 것일까.



youtube.com/@Vitsoe1959



비초에Vitsoe는 독일 출신 사업가 닐스 비초에Niels Vitsoe1959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한 가구 회사다. 초기에는 당시 가구 회사들이 그러했듯이 모던한 디자인의 기능적인 가구를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후 1960년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디터 람스Dieter Rams와의 만남은 비초에를 매우 독특하며 압도적인 가치를 지닌 브랜드로 변모시키게 된다. 비초에는 1995년 마크 애덤Mark AdamsCEO로 취임한 후 현재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디터 람스는 가전제품 회사인 브라운의 디자인 책임자였다. 당시 브라운은 지금의 애플과 같은 위치에 있었다. 브라운 제품은 업계 표준이으며, 그 기능과 미학의 뛰어남으로 인해 팬덤이 생길 정도로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디터 람스는 디자인 10계명이라는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을 고수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러한 신념을 비초에 가구에도 적용시키고자 했다. 닐스 비초에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적은 가구를 팔겠다는 철학을 가진 사업가였다. 이를 위해선 제품이 기능적이고, 지속 가능하며, 다양한 시대와 소비자에게 적용 가능한 유연함을 갖고 있어야 했다. 디터 람스는 이러한 그의 신념을 현실 구현해준 인물이었다.






606 Universal Shelving System





620 Chair Programme





621 Table



비초에는 다른 회사 달리 매우 독특한 제품 생산과 판매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디터 람스가 1960년대 초기 설계한 선반, 의자, 테이블이 65년이 지난 지금까지 비초에가 생산하는 제품 라인업의 전부다. 신제품은 더욱 출시하지 않는다. 기술의 발달로 소재와 제품 제작 방식이 변화지만, 여전히 초기 제품과 호환되며 세부 부품도 계속 공급고 있다. 한편 전 세계 70개국에 판매하는 회사임에도 직접 판매 방식을 취한다. 중간 마진을 없애 고객과 직접 관계를 맺기 위해서다. 그 대신 개인이 지불하는 배송비는 높은 편이다.


선반과 의자, 테이블이 비초에가 판매하는 제품의 전체 라인이지만,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변화되는 조합을 따지면 그 수는 무한. 모든 라인업이 주문에 맞춰 변형되는 모듈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선반은 물론 의자와 테이블 역시 결합과 분리가 가능하다. , 의자는 시트 소재 선택이 가능하고, 테이블은 화이트, 블랙 두 가지 컬러를 고를 수 있다. 이처럼 비초에는 기본 구조를 기준으로 수량과 형태 확장할 수 있다. 따라서 비초에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사용자들의 사용 환경을 보면 모든 제품 각기 다르게 활용고 있는 것 확인된다. 물론 모듈 방식을 취한 가구는 많지만 비초에처럼 65년 동안 몇몇 라인만 생산하고 판매해온 브랜드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지속 가능한 일은 한번 제대로 만들고 오래 쓰게 하는 것이다.”



비초에가 결벽에 가까울 만큼 브랜드 운영이 남다른 이유는 앞서 말한 창업자와 디자이너의 신념 때문이다. 비초에를 설명하는 가장 유명한 문구 중 하나로 디터 람스가 말한 “Less, but Better”가 있다. 구조든 디자인이든 영업이든 불필요한 것 가능한 제거하지만, 더 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업자 닐스 비초에는 그렇게 만 제품이야말로 가장 지속 가능할 수 있기에 지구와 환경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었다. 비초에가 말하는 “Sell more people less furniture”는 그 연장선에 있다.


비초에와 디터 람스의 관계는 브랜드 운영 방식만큼이나 독특한 가치를 지닌다. 디터 람스는 단순히 한 브랜드의 디자인을 책임지는 것이 아닌, 그의 철학을 수호하고 구현하며 세상에 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디터 람스는 1976년 뉴욕에서의 연설에서 세상에 대한 관점을 밝힌 적이 있다. “우리의 현재 상황은 미래 세대가 오늘날 우리가 집과 도시 그리고 경관을 각종 잡동사니 혼란스럽게 만든 무심함에 몸서리치게 만들 것입니다. 무분별한 디자인의 시대, 즉 무분별한 생산과 무분별한 소비 속에서만 번성할 수 있는 디자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더 이상 우리는 무심함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비초에를 단지 가구일 뿐이라고 여길 수 없는, 그리고 삶을 이루는 요소 하나하나를 곱씹어야 하는 이유가 그 안에 담겨 있다.



Text | CH

Photos | VITS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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