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초에가 발행하는 소비자 이야기

VILLIV



FEATURE|라이프스타일, 홈데코

비초에가 발행하는 소비자 이야기

비초에 보이스

Text | Jay Kim Salinger
Photography | Vitsoe-fsc

20세기 산업 디자인 역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로 단연 꼽히는 디터 람스 Dieter Rams의 디자인은 음향 기기, 커피포트 같은 가전 기기부터 집안 벽면을 가득 채우는 선반까지 우리 삶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606 Universal Shelving System by Dieter Rams for Vitsoe (ID2830), ©Vitsoe-fsc




1959년 디터 람스의 가구 디자인을 실현하기 위해 독일에서 탄생한 비초에 Vitsoe는 1995년 창업자 닐스 비초에 Niels Vitsoe의 은퇴를 맞아 비초에 본사 오피스와 생산 공장을 영국 런던으로 옮긴다.

비초에는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이해하는 것에서만 탄생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 디터 람스의 모토 아래 단순히 물질적인 오브제로서의 가구를 제작하고 판매하는 게 아닌 삶과 우리의 행동 방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좋은 가구는 우리의 삶과 마주 닿아 있으며, 거슬림 없이 경첩처럼 맞아떨어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비초에 가구는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나 십여 년 전 또는 디터 람스가 처음 디자인을 완성한 50년 전 역시 그 가치는 동일하다. 그렇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모습도 보인다. 디자인 원칙은 고수하면서 사용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이다. 비초에가 발행하고 있는 <비초에 보이스>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은 비초에가 세워 놓은 좋은 가구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따르지만, 각자가 사용하는 방식은 삶의 형태가 그러하듯 제각기 다르다. 그들의 이야기도 그렇다.




“좋은 디자인은 기능이 중심이다. 좋은 제품은 제품 스스로 기능을 다 해야 하며 다른 제품과도 상호 작용을 해야 한다. 비초에의 ‘606 유니버설 책장 시스템’이 성공한 원인은 굉장히 기능적이지만 각기 다른 환경에 따른 집의 구조와 사용에 따라 그것에 맞게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 디터 람스, 1976 뉴욕 연설 중 -





"Vitsoe Voice"



621 Table by Dieter Rams for Vitsoe (ID227), ©Vitsoe-fsc



606 Universal Shelving System by Dieter Rams for Vitsoe (ID6867), ©Vitsoe-fsc




비초에는 그들의 웹사이트에 비초에 가구와 더불어 사는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비초에 보이스 Vitsoe Voice>라는 이름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이제 종이 잡지로도 출판하고 있다. 그 안에 등장하는 내용 중 일부는 이렇다.



사례1

길스 라운드는 아버지와의 어떤 기억이 있다. 5년 전 길스의 아버지는 오피스를 집안으로 옮기고 싶어 했고, 본인이 생각한 완벽한 가구를 길스에게도 말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길스는 그것과 유사한 가구가 비초에에 있는 것을 알고 아버지에게 비초에를 소개하게 된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길스의 아버지는 비초에의 테이블을 사용하고 있다. 이곳에는 손자가 앉아 숙제하기도 하고, 멀리 떨어진 가족과 화상 통화를 위한 랩톱이 놓이기도 한다.



사례2

런던에 사는 마이크와 재닛 커플은 여러 해 동안 모은 책이 그들의 삶과 집을 꾸미는 핀포인트가 된다고 주장한다. 6살이 되던 해 중국을 떠나 미국으로 이주한 재닛은 ‘이사하는 것이 오히려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도 했다. 어린 나이에 겪은 삶의 큰 변화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한 데는 독서의 영향이 컸다. 재닛은 “어머니는 지역 도서관에 매일 나를 데리고 다녔는데, 내가 이토록 책을 사랑하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라고 말한다.
재닛은 비초에 선반에서 친근감과 소속감을 느낀다. 잦은 이사에 도시가 바뀌고 집의 구조가 바뀌어도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책을 보관하는 비초에 선반만은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안정감을 주는 것이다. 재닛이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책과 함께라면 항상 집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라고 말하는 이유다.




Vitsoe’s furniture collection designed by Dieter Rams (ID218) ©Vitsoe-fsc




<비초에 보이스>는 친밀하고 개인적이다. ‘우리는 이런 가구가 있으니 사세요라거나, ‘이 책장은 책이 100권이나 들어가요라고 소개하지 않는다. 사람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좋은 디자인이 탄생한다는 디터 람스 말처럼 비초에 가구를 사용하는 사람의 삶이 가구와 함께 어떻게 진보하는지 조용히 관찰할 뿐이다.




“비초에의 가구는 소리치지 않는다. 단지 다른 가구, 다른 도시, 다른 집, 다른 시대와 조용히 어울릴 뿐이다”

- 디터 람스, 1976 뉴욕 연설 중 -




RELATED POSTS

PREVIOUS

베스트셀러가 말하는 지금 일본 사회
2018년 일본에서 주목받은 책

NEXT

집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입주자용 선물 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