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디자이너 유타샤 Tasha S. Yoo는 초등학교 때부터 18년 동안 미국 뉴욕에 살다 한국에 자리 잡은 지 불과 3년 남짓이 되었다. 뉴욕에서의 삶과 한국에서의 삶은 무척이나 다르다. 도시의 크기도 다르고 사람들의 사고방식도 다르다. 아직 안 해본 것이 많아 마치 하루하루가 여행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이제 겨울 시즌을 맞아 연말 한 달간은 필리핀과 발리로 서핑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빡빡하게 일하고 길게 푹 쉬어주는 것, 그것이 유타샤가 일상을 꾸려나가는 방식이다.
미국에서의 삶과 한국의 삶에서 어떤 차이를 느끼나요?
뉴욕에 비하면 서울은 아주 큰 도시예요. 이곳에서 3년을 살았지만 안 가본 곳이 너무 많아요. 부산, 속초 정도를 제외하고는 지방에도 대부분 안 가봤고요. 아직도 가야 할 새로운 곳들이 많아요. 그래서 마치 여행하는 느낌이에요. 간혹 작업 현장에서 어르신들의 말씀이나 작업 용어를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있는데요, 이런 새로운 말을 배우는 것도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미국에서 길이 단위로 인치를 쓰지만, 한국에서는 센티미터를 써요. 처음 1년간은 달라진 개념과 상황에 적응하느라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면에서 새롭게 느끼고 매일 배운다고 생각해요.
공간을 디자인할 때 특별한 규칙이나 디자인 철학이 있나요?
저는 감성적인 사람이라 순간적으로 꽂히는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회사 이름도 ‘Asymmetric Balance’로 비대칭이 이루는 균형을 뜻하죠. 비대칭적인 요소들로 균형감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안 어울릴 것 같은 요소가 발생시키는 조화로움을 좋아해요. 예컨대 지금 인터뷰 중인 포언더바 Fourunder Bar를 디자인할 때 하얀 백지장 같은 실내에 빨간색 바를 설치했는데 묘하게 균형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트렌디한 바인데 오래된 전자상가인 세운상가에 있다는 점에서, 포언더바 존재 자체가 ‘비대칭 속의 조화’ 같기도 해요.
처음 이곳의 디자인 의뢰를 받았을 때 을지로 주변에 카페나 바가 막 들어설 때였어요. 대부분 옛날 을지로의 분위기를 조금씩 살린 공간들이었고요. 이곳은 그 반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즉 을지로 골목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달까요? 베를린이 떠오를 정도로 자유로운 곳, 퇴근길에 위스키 한 잔 편하게 마실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죠.
“대부분 옛날 을지로의 분위기를 조금씩 살린 공간들이었고요.
이곳은 그 반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즉 을지로 골목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분위기를 내고 싶었달까요?”
직업상 많은 공간을 볼 텐데 어떤 공간에서 매력을 느끼나요?
이상한 이야기지만 저는 공간보다 자연에 더 큰 매력을 느껴요. 어쩌면 공간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대자연은 인간이 만든 작은 공간을 볼 때와는 아예 다른 느낌을 주죠. 그랜드캐니언이나 소금사막을 보면서 느낀 광활함이나 짜릿한 감정은 잊을 수 없어요. 신기한 것은 그런 자연에서 느낀 감정들이 현실로 돌아와 디자인하는 순간 영감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더욱 자주 자연으로, 다른 곳으로 여행을 가려고 해요.
앵커커피, 글라스하우스 등 강원도를 중심으로 많이 작업하셨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울을 비롯해 중국 광저우 등 여러 지역에서 작업했는데 강원도의 그 카페들이 인기를 끌며 부각된 면이 있어요. 남자친구의 고향이 강원도 고성인데, 같이 카페 디자인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고 그렇게 처음 강원도와 인연을 맺었어요. 그게 계기가 돼서 다른 카페 디자인도 하게 됐어요. 서핑을 배우면서 강원도를 더 자주 오가다 보니 속초 글라스하우스에 제 작업실이 있기도 해요. 서울 외에 또 하나의 기반이 되는 장소예요.
일하지 않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나요?
다양한 스포츠를 즐겨요. 자전거도 타고 웨이트트레이닝도 하고 웨이크보드, 스노보드도 타죠. 요즘은 무엇보다 서핑에 빠져 있어요. 아직 잘하지는 못하지만 서핑하는 동안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아요.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휴식할 수 있으니까요. 늘 새로운 것을 보고 생각하는 삶을 살다 보니 때로는 그런 쉼이 필요해요.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데, 개들도 서핑을 좋아해요. 바닷가에서 같이 지내며 서핑하고, 그러다 서울에 돌아와 일하고, 또 그러다가 한 달씩 여행을 떠나요. 곧 ‘여름 나라’로 서핑하러 떠날 예정이기도 하고요. 중간중간 크게 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쉬어야 디자인도 더 잘 떠오르거든요.
일을 위해 하는 특별한 노력이 있다면요?
어디를 가더라도 어떤 소재로 공간을 지었는지, 꾸몄는지, 물건을 만들었는지 보게 돼요. 항상 몸에 밴 습관이죠. 또 매일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려고 노력해요. 워낙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찾아다니는 편이라 제게는 어렵지 않은 노력이에요. 마지막으로 여행에 돈을 아끼지 않아요. 오늘 100만 원 벌면 내일 100만 원을 쓰려고 해요. 엄마가 “많이 보는 게 남는 거다”라고 하셨는데, 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고, 새로운 자극을 받고 경험하는 것도 좋아하세요. 끝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왜인가요?
새로움은 저한테 중독이에요. 사막에 처음 갔을 때는 너무 멋졌는데 두 번째 갔을 때는 그만한 감동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더 오지를 찾아가고 더 신기한 것을 보고 싶어 해요. 디자인이나 사람을 사귀는 것도 똑같아요. 새로운 디자인을 하고 싶어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극받고 싶어 해요.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곳을 갈까, 먹을까, 해볼까 하며 날마다 여행하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새로움은 중독이자 일상이죠.
“오늘은 또 어떤 새로운 곳을 갈까, 먹을까, 해볼까 하며 날마다 여행하는 것처럼 살고 싶어요.
새로움은 중독이자 일상이죠.”
집은 어떤 공간이어야 할까요?
나 자신이 나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공간이요. 제게 집은 사무실보다 더 많이 일하는 공간이고 하고 싶은 일도 가장 많이 하는 공간이에요. 집은 누구에게나 꾸밈없는 곳일 거예요. 인테리어 디자이너라고 하면 많은 분이 우리 집이 예쁠 거로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사실 집을 잘 안 꾸며요. 지저분할 때도 있고 깨끗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되잖아요. 집은 가장 나일 수 있는 공간,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해도 되는 공간이니까요.
유타샤가 생각하는 좋은 삶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저는 로맨티스트예요. 많이 사랑하면서 살고 싶어요. 일도 즐겁고 재미있고 사랑해서 하거든요. 물론 모든 것을 사랑하다 보면 때로는 크게 아플 때도 있어요. 그로 인한 다양한 감정을 많이 느끼는 것, 그래서 더 생동감 있게 살아가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