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PEOPLE|도시, 로컬, 친환경

도시계획자가 성수동 건물에 버섯을 기른 사연

모노스페이스 이채원 대표, 박주희 책임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성수동 르타리는 지하에서 버섯을 키우고 1층에선 방금 수확한 버섯으로 수프와 샌드위치 등을 다양한 음료와 함께 선보인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스티로폼과 동물 가죽을 버섯 균사체로 대체할 방법도 연구 중이다. 르타리의 기저에는 도시계획자가 생각하는 좋은 동네와 도시에 대한 철학이 밀도 있게 깔려 있었다.





(왼쪽부터) 모노스페이스 박주희 책임, 이채원 대표




각자 소개와 함께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말씀해주세요.

(이채원) 저는 모노스페이스 대표 이채원입니다. 르타리는 도시계획 회사 모노스페이스가 기획한 버섯 농장 기반의 지역 거점 브랜드예요. 모노스페이스는 도시와 건축을 공부하거나 관련 분야에서 일했던 5명으로 구성원이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희는 주로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과 연계해 지역을 재생하는 일을 했어요. 그러다 계획을 하는 역할에서 느낀 아쉬운 점을 직접 해결하고 부딪쳐보고자 르타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박주희) 저는 모노스페이스에서 르타리 공간 기획을 담당하는 박주희입니다. 모노스페이스는 사업 기획부터 공간 운영 준비까지 약 1년을 거쳐 20213월 성수동에 르타리를 오픈했습니다. 앞으로 더 나은 일상을 디자인하는 실천가 그룹이라는 모노스페이스의 슬로건을 바탕으로 동네에 새로운 경험을 불어넣을 수 있는 브랜드와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에요.










르타리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박주희) 많은 분들이 르타리를 그냥 카페로만 인식하는데, 골자는 생산 활동과 소비 활동이 결합된 도시 농장 겸 카페입니다. 이 건물 지하에서 버섯을 기르고 1층에서는 이를 활용해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만들어 선보입니다. 직접 기르고 수확한 재료로 요리한다는 점에서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을 지향하고 있죠. 지금은 먹거리에 한정되어 있지만 앞으로 버섯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고 상품화할 계획이에요.



르타리가 위치한 동네는 성수동 하면 떠오르는 핫플레이스와 조금 다른 느낌이에요. 르타리를 성수동에 열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채원) 르타리가 자리한 이 지역은 성수동이 지금처럼 유명해지기 전의 모습과 비슷해요. 공장도, 부품 가게도 그대로 남아 있고요. 여기서 아래로 내려가면 뚝도시장이라는 오래된 시장도 있는 고즈넉한 동네예요. 모노스페이스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시기에 성수동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브랜드를 처음 시작하는 저희는 조금 막막했고 사람들에게 르타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죠. 일단 저희에게 친숙한 동네에서 시작하면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에 성수동에 문을 열었어요. 또 성수동은 조선 시대에 채소 재배지였다고 해요. 근대에는 제조업 기반의 생산 지역이었고 현재는 지식과 문화를 생산하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장소성을 가진 곳에서 르타리를 시작해 도시가 단순히 소비만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여러 생산이 이뤄진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도시가 단순히 소비만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여러 생산이 이뤄진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많은 작물 중에서 버섯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주희) 원래는 건물의 빈 공간을 활용해 스마트 팜을 구축하는 게 목표였어요. 당시만 해도 스마트 팜이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았죠. 그런데 알아보니 생각보다 비용이 무척 많이 들더라고요. 아직 이 분야의 경험이 부족한 저희는 현실적인 작물을 찾기 시작했어요. 버섯이 건물 지하에 적합한 작물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때부터 버섯 농가와 전문가를 찾아가서 이것저것 자문을 받으며 공부했어요.

(이채원) 광주광역시의 한 아파트에서는 주민들이 아파트 지하를 활용해 버섯을 기른 사례가 있어요. 주로 지역 일자리를 만들거나 함께 나눠 먹는 공적인 목적이었죠. 저희는 여기에서 나아가 생산과 소비를 겸하는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르타리에서 키운 버섯은 시중의 버섯과 어떤 차이가 있나요?

(박주희) 보통 농작물은 유통기간을 고려해 숙성이 덜 된 상태에서 수확해요. 마트에 가보면 버섯의 갓 크기가 작고 형태가 일률적인데요, 유통 과정에서 갓이 크면 금방 물러서 상품성이 떨어지고, 포장 용기가 규격화되어 있어 담기 좋은 크기까지만 기르기 때문이래요.

하지만 갓은 버섯에서도 영양소가 많은 부위라고 해요. 그래서 저희는 갓을 더 크게 키워. 유통 과정을 없애니 환경에도 좋고, 여러 모양으로 크게 키워볼 수도 있죠. 버섯도 다른 농작물과 마찬가지로 수확하자마자 바로 먹는 게 가장 신선하고 맛있어요.








버섯으로 만든 메뉴 중 어떤 게 가장 인기 있나요?

(이채원) 버섯 수프요. 버섯 수프는 보통 양송이버섯으로 만든다고 생각하는데, 저희는 직접 기른 느타리버섯을 재료로 씁니다. 느타리버섯으로 만든 수프가 손님들에게 신선한가 봐요. 버섯 수프를 먹으러 일부러 찾아오시는 분이 많아요.








르타리를 운영하면서 버섯 관련 전문 자격증도 따셨다고요. 실제로 키워보면서 버섯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점이 있나요?

(이채원) 저는 뭔가를 키우는 데 재능이 없어서 초반에 걱정이 많았어요. 그런데 준비하던 당시 버섯 전문가의 말씀으로는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쉬운 게 버섯 키우기라고 하셨어요. (웃음) 그 말씀에 용기를 얻었지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온도와 습도 관리가 안 되면 버섯이 이상한 모양으로 자라요. 버섯도 일종의 균이라 자칫하면 곰팡이가 슬기도 하고요. 버섯을 키우면서 그 신비한 매력에 빠지고 있어요. 지 먹는 것뿐만 아니라 균사체를 활용하면 스티로폼 대체재도 만들 수 있고 비건 가죽도 만들 수 있어요.

(박주희) 맞아요. 버섯을 대체재로 활용하는 부분에 대해 더 연구하면 도시환경 분야에서도 르타리가 제안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것 같아요.








르타리의 공간 기획부터 재료 선택, 시공까지 대부분의 과정을 직접 하셨다고요. 특히 더 애정이 가는 공간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박주희) 제가 좋아하면서도 여전히 아쉬운 공간은 쇼룸이에요. 처음에는 버섯을 기르고 소비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공간으로 기획했어요. 하지만 크기가 작기도 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모으다 보니 지금은 전시 공간이 됐어요. 앞으로 처음의 목표처럼 생동감 있는 쇼룸으로 만들 계획이에요.

(이채원) 저는 창가 자리를 좋아해요. 매장 전면에 있는 유리문이 활짝 열리도록 폴딩 도어를 설치했는데, 저 문을 열면 르타리와 동네가 연결되죠. 손님들도 저곳에 앉아 식사하거나 사색에 잠기는 걸 좋아해요. 그냥 지나치기 쉬운 동네의 면면을 가만히 관찰하고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죠.








르타리가 생각하는 좋은 동네는 어떤 곳인가요?

(박주희) 저는 다양성이 있는 곳이 좋은 동네, 좋은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아파트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파트 키즈예요. 그러다 결혼하고 이태원 근처에 잠깐 살았어요. 재개발을 앞둔 저층 주택이었고 집도 오래되고 길도 낡았지만 일상이 정말 재밌었어요. 집에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다양한 맛집이 있고, 퇴근하고 집으로 걸어갈 때 주변이 바뀌는 모습, 오가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죠. 지금은 여러 이유로 다시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그때의 기억이 좋아서 저희 부부만의 집을 지으려고 준비 중이에요.

(이채원) 좋은 동네에 대한 생각은 저도 비슷해요. 저의 첫 신혼집은 불광천 바로 옆 동네였는데, 남편과 주말마다 산책하며 동네 구경을 했어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불광천도 좋았고, 맛있는 커피와 빵을 파는 작은 가게, 쉬어 갈 수 있는 작은 공원, 모든 것이 편안하고 좋았어요. 제가 거쳐온 동네를 생각해보면 좋은 동네란 그리 거창한 게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보고 즐길 거리가 있다면 그곳이 좋은 동네 아닐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고, 보고 즐길 거리가 많다면 그곳이

좋은 동네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르타리도 이 동네를 재미있게 만들고 있는 것 같네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이채원) 르타리를 누구나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요즘 곳곳에 생기는 힙한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지 않다고 생각해요. 르타리는 어린아이부터 어르신, 동물까지 맞아주는 편안한 공간이길 바랍니다. 지금은 카페 위주로 운영하지만, 앞으로는 저희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다양한 일을 해 나가려고 합니다.

(박주희) 지하에 버섯을 생산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으니 버섯 균사체로 새로운 소재도 만들어보고, 지역의 재능 넘치는 작가들과 협업 제품을 만드는 일도 꿈꾸고 있어요.




RELATED POSTS

PREVIOUS

나와 오브제와의 관계, 그 친밀감이 편안한 곳
라이팅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