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PEOPLE|노마드, 재생, 친환경

개인 식단을 컨설팅하는 퍼스널 셰프

‘해피 푸드 미네소타’ 대표 안나 클림멕

Text | Nari Park
Photos | Nari Park

미국 미네소타주에서 셰프로 일하던 안나 클림멕에게 아버지와의 이별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삶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이에게 인생은 단 한 번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너무나 당연한 이 명제를 내면 깊이 체감하면서 명상과 요가, 개인의 체질과 식단을 연구하는 독립 셰프로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이끌기 시작했다.








흔히 ‘셰프’라고 하면 떠오르는, 통상적인 일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요리사가 있다. 미네소타주를 무대로 활동하는 안나 클림멕Anna Klimmek은 자신의 레피를 내건 레스토랑을 진두지휘하는 대신, 개인의 체질을 고려한 맞춤식 식단을 컨설팅하는 ‘퍼스널 셰프’의 삶을 산다.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웰니스 프로그램 회사 ‘해피 푸드 미네소타(Happy Food MN) 10년째 운영 중인 그녀에게 요가와 명상 같은 내적 수련은 건강한 식단만큼이나 중요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 세인트폴 스톤브지가 내다보이는 고풍스러운 집은 온라인 강연과 레피 연구가 이루어지는 작업실로도 사용.



‘미드웨스트’라 불리는 미국 중서부 미네소타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에서 뿌리내리 생활한다는 건 무척 의미 있는 일 같아요.

맞아요. 미니폴리스에 있는 사립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서는 미국 인디학을 전공했죠. 그때까지 제 미래에 대해 크게 자각하지 못했는데, 어느 날 제 여동생이 정확하게 어내더라고요. 언니는 항상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하고, 탐색이나 정신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것 같아.” 돌이켜보니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동경하는 유형이었죠. 미네소타에서 나고 자라 어느 순간 직업을 고민하던 시점에 어머니로부터 제가 요리를 썩 즐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요리 학교를 나와 미니애폴리스 다코다 재즈 클럽Dakoda Jazz Club 셰프로 취직했어요. 특정 식당의 셰프로 일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었죠. 매일 밤, 매 주말 레스토랑에 여 일하는 분주한 삶은 저와 맞지 않았어요. 이후 런즈 & 바이얼리Lunds & Byerlys 델리 매니저 일을 거치며 저의 정체성과 개인 성향에 대해 자연스레 인지하고 깨닫게 됐어요.










특정 레스토랑에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퍼스널 셰프’로 일하고 있어요. 자유로운 일과와 삶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아버지의 건강 악화되면서 뉴멕시코에서 잠깐 생활했는데, 그즈음 제가 출산해 2개월 된 딸아이를 기르고 있었어요. 너무 힘들지만, 또 더없이 아름다운 시간이었. 평생 사업을 하던 부모님은 그 힘든 순간 저희가 곁에 함께하길 바랐고, 오로지 가족만을 위한 시간을 보냈죠.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제야 '우리 모두는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산다'는 자각을 하게 됐어요. 아버지는 큰 사업체를 운영하며 성공했지만, 죽을 때까지 한 번도 은퇴 후의 여유로운 삶을 제대로 즐겨보지 못한 채 일만 했던 거죠. 아버지의 죽음 후 어머니와 함께 카보Carbo로 떠나 마음을 다스리며 미래의 제 인생을 돌아보게 됐어요.





사진 제공 안나 클림멕




10년째 운영 중인 ‘해피 푸드 미네소타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퍼스널 셰프 비즈니스 브랜드. 컨시어지를 위한 워크숍을 열거나 요리 시연을 하기도 하죠. 델리 업종에서 일했던 경험, 가족과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를 여행하며 접한 식문화가 많은 도움이 됐죠. 요리 자체는 힘든 노동인 데 반해, 저는 사람들 앞에서 제 레피를 시연하거나 건강한 삶에 관해 강연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우리의 삶은 때로 너무 치열하고 힘들잖아요. 그럴 자신에게 말하죠. “좋아, 그럼 그만둘게. 대신 내가 뭘 해야 할지 말해줘.” 해피 푸드 미네소타는 그렇게 자신의 능력과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고 내적, 외적으로 건강한 식단과 삶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웰니스 브랜드.




“좋아, 그럼 그만둘게. 대신 내가 뭘 해야 할지 말해줘.




아무 곳에도 소속되지 않 독립 셰프, 독자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다는 건 자유를 담보하지만 그만큼 많은 것을 스스로 해결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해피 푸드 미네소타칭하며 많은 일을 저 혼자 해결해야 했어요. 계획을 세우고, 웹사이트를 제작하고, 요리 과정을 촬영하는 일까지 모든 것을요. 2016년 헬스 코칭 자격증을 따서 요리에 접목하던 중 제 안에 우울과 강박 같은 게 자리했던 것 같아요. 제 사업은 무엇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일이기에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거든요. 이에 마음 건강과 균형 잡힌 삶을 얻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고 ‘어떻게 해야 정말 건강해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었어요. 몸에 좋은 건강한 음식은 누구나 먹을 수 있지만, 만약 스스로를 미워한다면 진정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행복을 느끼고 균형 잡힌 삶을 살려면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보고 아낄 줄 아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고, 그런 방법을 돕고 가르치는 것이 제 일이죠.










정작 스스로는 힘들 때마다 어떤 방식으로 독려는지 궁금해요.

제 주변의 보이지 않 많은 것에 질문하고 의지하며 답을 찾는 편이에요. 직감을 따르려 하고, 두려움을 느낄지언정 스스로에게는 '예스'라고 말하죠. 데믹 시기에 그간 함께해온 많은 클라이언트를 잃으며 힘들었는데, 명상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바쁜 현대인에게 건강식을 챙겨 먹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몇 가지 레피를 추천한다면요?

요리는 노동을 담보로 하고, 실제로 많은 여성들이 요리에 삶의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요리에 스트레스받을 필요도, 잘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필요 없는 것 같아요. 매 끼니를 요리하지 않아도 되고요. 치즈나 식자재 자체를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저는 사람들에게 그런 건강식 기본이 되는 레 가르치려고 노력해요. 뼈를 고아낸 국물인 ‘본 브로스bon broth’ 같은 게 그. ‘힐링 요구르healing yogurt’도 마찬가지. 보통 요구르트는 소화 기능을 촉진한다고 믿어 많이들 먹지만, 유제품을 먹다 보면 장누수증후군(leaky gut)겪기도 하거든요. 그것이 면역체계에 혼선을 주고 많은 알레르기를 유발해요. 음식을 먹을 때 이런 성질과 특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죠.








여행이나 친구와의 대화 등 일상의 방식이 작업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없나요?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아버지는 요리하는 방식을, 어머니는 어떻게 그 요리를 먹는에 대해 알려줬어요. 버지는 어떤 재료를 넣어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어머니와는 여행을 통해 지역 특산물을 즐기곤 했죠.



해피 푸드 미네소타에서는 베트남, 멕시코 등 다양한 나라의 음식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하기도 해요. 5 15일 예정된 한국 음식을 소개하는 강연도 인상적인데요.

요가 전문가 수업을 듣다 우연히 한국 친구 다니카Danica를 알게 됐어요. 게스트 셰프로 초빙해 외국인들도 두루 즐길 수 있는 불고기와 전을 소개할 예정이에요.








세인트폴에서 생활하는 퍼스널 셰프의 하루 일과는 어떠한가요?

모든 날이 조금씩 달라요. 최근에는 미국의 행복 전도사 그레첸 루빈Gretchen Rubin의 저서 <해피니스 프로젝트Happiness Project>를 따라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죠. 이 작가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저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어요. 매일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고자 집중해요. 명상이나 운동, 컨트리 스키, 요가를 하거나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나가는 식으로요.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씩 운동에도 변형을 주려고 해요. 유일하게 보는 TV 쇼를 틀어놓고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며 1시간 정도 긴장을 풀고, 딸을 학교에 데려다주 장을 보며 평범한 일상에 감사하기도 하고요.










스톤브지와 강이 내다보이는 2층 집이 무척 고풍스러워요. 이곳에서 가장 마음의 위안을 느끼는 공간을 꼽는다면요?

1층 창가 코너의 빨간 라운치 체어가 놓인 ‘명상’ 장소요. 매일 아침 커피 한 잔을 내려 이곳에 담요를 덮고 앉아 향을 피우고 명상하는 것을 빼놓지 않. 가끔 운명 카드를 살피며 하루 운세를 예견하고, 그러다 뭔가 생각나는 있으면 메모하거나 일기를 쓰죠. 손으로 끄적끄적 기록하는 을 자주 해요. 뭔가 내적으로 불안 같은 것이 있어 요가나 스트레칭 같은 운동을 하면서도 잊지 않기 위해 메모를 해요. 어린 시절부터 제게는 육체보다는 정신, 영혼적인 것이 먼저였던 것 같아요.



집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가족이 모이는 공간요. 가족의 역사 응집 한 가족의 갤러리라고 할까요.




RELATED POSTS

PREVIOUS

나와 오브제와의 관계, 그 친밀감이 편안한 곳
라이팅 디자이너 마이클 아나스타시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