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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기 좋은 곳

밑미 홈

Text | Dami Yoo
Photos | Meet me

우리에겐 ‘나’를 마주하는 시간과 적절한 장소가 필요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리 상담과 리추얼 프로그램을 선보여온 밑미가 오프라인 공간 밑미 홈을 연다는 소식이 반갑다. 2~5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공간마다 개성과 용도가 뚜렷해 모든 곳을 다 이용해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해 8월 론칭한 밑미Meet Me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심리 상담과 리추얼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스타트업이다. 지금까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매월 여는 온라인 리추얼 참여자는 400여 명. 이들은 달리기, 그림 그리기, 아침 글쓰기,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등 리추얼 메이커들의 리드에 따라 매일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진다. 손하빈 대표를 주축으로 한 4명의 밑미 운영진은 이러한 시간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또 누구나 한 번쯤 겪는 번아웃이라는 고비를 현명하게 넘기는 데 필요한 것도 ‘나를 마주하는 시간’이라고 말한다. 매일 잠깐이나마 몸과 마음을 챙기는 이 시간은 마음의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리추얼이다.

 



매일 잠깐이나마 몸과 마음을 챙기는 이 시간은

마음의 기초대사량을 늘리는 리추얼이다.

 



심리적 안전 기지가 되겠다는 밑미 홈은 서울숲 한 골목길에 위치해 있다. 2~5층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공간마다 개성과 용도가 뚜렷해 모든 곳을 다 이용해보려면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2층에 자리한 ‘나를 위로하는 부엌’은 엄마의 삶을 사느라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하지 못했던 60대 이상의 시니어 파트너를 위한 공간이다. 어머니가 차려주는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라고 생각해도 된다. 점심과 저녁, 예약을 통해 정성껏 요리한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다. 그 위층에는 ‘시간을 파는 상점’이 문을 연다. 시간에 관련된 제품을 큐레이션한 상점으로 노트와 필기류를 비롯해 인센스, 차 등을 판매한다.








한편에는 심리상담가와 상담을 할 수 있는 ‘토닥토닥 상담방’이 마련되어 있다. 이 방에서 저 방으로 넘어가는 짧은 동선이지만 바닥에 자갈을 깔아 좀 더 아늑하고 내밀한 곳으로 향하는 느낌이 든다. 요가나 명상을 하는 4층의 '들숨날숨 스튜디오'도 특별하다. 수련을 마치고 바로 집으로 향하는 게 아니라 각자 그날의 기분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주고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각 층마다 각기 다른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지만 풍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은 모두 같다.

 

밑미의 멋진 공간에 대한 견해는 조금 특별하다. "지금까지 경험해본 에어비앤비 공간들을 생각해보면 외형이 화려하고 세련된 곳보다는 사람의 손길과 정성,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서 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곳은 값비싼 물건으로 화려하게 꾸미기보다는 정성이 담긴 콘텐츠로 채우는 게 중요하다는 손하빈 대표의 생각이 그대로 담겨 있다. 조금 발랄한 느낌의 '시간을 파는 상점'을 제외하고는 기존 공간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밝고 정돈된 무드로 완성했다. 즉 직관적으로 눈에 보이는 이미지로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행동이나 분위기를 고려한 디자인과 콘텐츠로 밑미가 추구하는 심리적 안전 기지라는 테마를 이어간다. 무엇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쉬었다 가는 곳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밑미는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기를 권유하지만 특별하게도 멤버 간 결속력이 강하다. 밑미 운영을 담당하는 김상아 운영 리드는 온라인 리추얼 프로그램에 오랫동안 참여한 멤버였다. 서비스에 대한 애정으로 어느새 한 식구가 됐다. 이렇게 서비스 이용자가 운영자를 자처하는 사례야말로 이곳의 커뮤니티 문화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드러낸다. ‘결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편안함을 느끼는 곳’. 손하빈 대표가 말하는 커뮤니티에 대한 견해와도 이어진다.

 

밑미는 이곳에서만큼은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설정해두기를 권유한다. 몸은 북적거리는 서울숲 한복판에 있지만, 세상과 약간 거리를 두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보기를, 그리고 밑미 홈에 모인 사람들과 연결되어 더욱 안전하고 안락한 기분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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