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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관한 패셔너블한 해석

카르텔 바이 라우펜

Text | Kay B.
Photos | Kartell by Laufen

흰색 도기 세면대와 변기, 욕조 등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욕실이 지겹다면 카르텔 바이 라우펜이 제안하는 기하학적이고 컬러풀한 욕실 인테리어를 참고해보자. 모듈 형태의 욕실 아이템은 사용자의 개성에 맞춰 무한하게 변주할 수 있다. 올해 새롭게 제작한 개성 넘치는 카탈로그를 보면 단번에 감이 잡힐 것이다.







현대인에게 욕실은 중요한 공간이다. 하루 동안 고생한 몸을 씻겨내거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몸을 깨끗이 만드는 곳, 때로는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하고 때로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욕구와 목욕하는 행위가 지닌 속죄의 의미가 공존하기 때문일까? 시대가 지날수록 욕실을 생활 공간의 한 부분 혹은 그 이상으로 여기는 디자인이 전 세계의 트렌드에서 읽힌다. 하지만 당장 내 집과 공용 건물에서 마주하는 화장실은 여전히 획일적인 모습이다.

 

익숙한 모양의 흰색 변기, 세면대, 욕조가 좁은 공간에 효율적으로 들어앉은 모습을 보면 욕실에서 본능적 욕구를 제외한 정신적 만족은 느끼기 어려울 때가 많다.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틀에 박힌 욕실 이미지에서 탈피해 좀 더 아름답고 쓸모 있는 욕실을 꿈꾼다면 카르텔 바이 라우펜Kartell by Laufen의 최근 컬렉션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이탈리아 가구 브랜드 카르텔은 플라스틱 소재를 기반으로 디자인 가구를 선보여왔으며 라우펜은 욕실 전문 세라믹 제품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스위스 브랜드다. 두 브랜드가 처음 손을 맞잡은 것은 2013년이다. 카르텔 바이 라우펜이라는 이름으로 각자의 아이덴티티를 조화롭게 활용해 독창적인 욕실 아이템 컬렉션을 선보인 것이다. 카르텔 바이 라우펜 컬렉션에서 가장 돋보이는 점은 모듈 형태와 컬러다. 같은 세라믹 재질로 만들었지만 일반 세면대나 좌변기와 달리 공간에 맞춰 쉽게 스타일링할 수 있을 정도로 심플하고 유연한 형태다. 사각형, 원형, 직선 등 기본적인 도형으로 만든 아이템들은 욕실 인테리어에 더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 외에도 선반과 박스 형태의 칫솔 통, 비누 접시 같은 작은 액세서리는 노란색, 청회색 등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컬러로 선택해 공간에 리듬을 만든다.








올해 카르텔 바이 라우펜은 컬렉션을 위한 카탈로그를 새롭게 제작했고, 욕실 공간에서 상상하기 힘든 독특한 콘셉트로 주목받았다. 이번 카탈로그를 위해 기용한 2명의 유명 포토그래퍼 올리버 헬비히Oliver Helbig와 휴고 콤테Hugo Comte는 서로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가다. 독일 포토그래퍼 올리버 헬비히는 강렬한 이미지의 제품 사진과 정물화에 능통하고 벨기에 포토그래퍼 휴고 콤테는 컨템퍼러리한 패션 사진을 전문으로 한다. 헬비히의 사진은 카르텔 바이 라우펜 제품으로 스타일링한 욕실 공간을 어떤 장치도 거치지 않고 그대로 담았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무채색 배경에 세면대, 변기, 거울 등을 배치했다.








반면 콤테의 사진은 패션 매거진의 화보를 연상케 한다. 대여섯 명의 키 큰 모델들이 세면대, 변기, 선반의 모듈을 하나씩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욕실 아이템을 패션 화보의 소품으로 활용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카르텔 바이 라우펜이 가볍고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하며 공간에 맞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모듈형 욕실 가구임이 단번에 느껴진다. 게다가 화보 그 자체로 패셔너블하기 때문에 모델들이 들고 포즈를 취한 제품 역시 세련된 아우라를 풍긴다.

 

콤테가 찍은 카탈로그 첫 장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아름다운 몸과 마음을 위한 새로운 종류의 욕실.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카르텔 바이 라우펜이 사람을 위해 디자인했으며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만들었다. 당신은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으로부터 멀어질 것이며 자신에게 묻게 될 것이다. ‘내가 전에 여길 와본 적 있던가? 아니면 꿈속인가?’라고.” 욕실 카탈로그에서 접하기 어려운 관능적인 텍스트다.

 



자신에게 묻게 될 것이다. ‘내가 전에

여길 와본 적 있던가? 아니면 꿈속인가?’”



 

그저 집 한구석에 있는 욕실을 무대로 생각해보면 더 많은 가능성을 찾게 된다. 세면대 위에 거울이 있어야 한다는 법도, 변기가 꼭 흰색이어야 하는 법도 없다. 무언가를 비우고 씻는 의미로서 욕실은 물리적이기보다 정신적인 것에 가깝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헬비히와 콤테의 시선을 참고해 전형적인 욕실 형태에 균열을 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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