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SPACE|재생, 프리미엄

박물관 된 프리다 칼로의 집

카사 칼로 박물관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고 철심이 몸을 관통할지라도 강인한 눈빛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은 그녀의 삶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 자신의 괴로움을 그림으로 표현했기에 우리는 프리다 칼로를 소아마비, 교통사고, 디에고 리베라 같은 키워드로 기억한다. 그러나 아픔은 창조의 원동력이 되었지만 예술가의 삶은 그것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멕시코의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를 설명할 때 흔히 남편이자 예술적 동지였던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와의 관계가 중심이 되지만 가족 또한 그녀의 삶에서 매우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프리다 칼로와 가족의 중요한 관계는 집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프리다 칼로가 살 던 카사 아술Casa Azul은 원래 부모님 소유로, 그녀가 태어나고 평생 지낸 집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살던 다른 가족은 그녀가 디에고 리베라와 결혼함에 따라 그 곳에서 세 블록 떨어진 카사 로하Casa Roja’로 이사하게 된다. 한편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프리다 칼로가 카사 로하를 구입하여 동생 크리스티나에게 물려주었고, 프리다 칼로는 이후에도 이곳을 자주 방문했을뿐 아니라 자신의 제자들에게도 개방하며 많은 작업을 남기기도 했다.


가족의 증언에 따르면 프리다 칼로는 디에고 리베라와 다투면 카사 로하를 찾아와 마음을 달랬다고 한다. 특히 그녀는 개인 작업실이자 휴식 공간인 지하실에서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곤충도 관찰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는 카사 로하가 박물관으로 재탄생하는 계기가 된다. 집 곳곳에는 프리다 칼로가 어렸을 때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수집한 물건 또한 남아 있었다. 이에 따라 후손들은 이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해 방대한 유품을 대중에게 공개하기로 결정한다. 2년간의 보수 공사를 마친 뒤 카사 로하는 카사 칼로 박물관(Museo Casa Kahlo)이라는 이름을 달고, 프리다 칼로와 가족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문을 열게 됐다.
















앞서 소개한 카사 아술이 프리다 칼로의 예술 세계를 디에고 리베라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설명한다면, 카사 로하는 프리다 칼로의 유년 시절과 그녀에게 큰 영향을 미친 가족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프리다 칼로의 예술을 논할 때 디에고 리베라와의 격정적인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하지만 카사 로하는 여기서 벗어나 딸이자 언니이자 친척으로서 프리다 칼로에 대해 말한다. 증손녀인 마라 로메오 칼로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사람이 예술가 프리다 칼로는 알지만, 인간으로서 프리다 칼로는 잘 모릅니다. 증조할머니에게는 가족이 버팀목이었단 사실을 잊곤 해요.”


프리다 칼로의 영감의 원천을 알고 싶다면 개인 작업실로 사용했던 지하실은 반드시 방문해야 할 곳이다. 이곳에는 프리다 칼로의 손길이 닿은 인형, 그녀가 수집한 직물과 소품, 가족과 주고받은 편지, 취미로 모은 곤충 표본, 미술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카사 칼로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 회사 록웰 그룹은 예술가가 지낸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지하실 조도를 촛불과 동일하게 맞췄다. 박물관을 설계한 데이비드 록웰은 관람객이 몸을 숙이고 프리다 칼로의 스케치와 유품을 자세히 볼 수 있게 전시 공간을 설계했다고 밝힌다. “적극적으로 몸을 움직여 책과 인터넷에서는 얻을 수 없는 무언가를 경험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한편 카사 로하 곳곳에 프리다 칼로의 흔적이 남아 있는데, 주방에서는 그녀의 유일한 벽화 작품을 볼 수 있다. 오른쪽 벽의 자몽나무 그림은 안뜰에 있던 나무를 그린 것으로, 록웰 그룹은 자몽나무를 심어 당시 모습을 최대한 재현하고자 했다. 1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여러 세대가 거주하면서 편의에 따라 집을 조금씩 개조했기 때문에 건축가는 수백 장의 가족사진을 살펴보며 과거의 모습을 연구해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고자 했다.


박물관에는 가족의 개인 공간과 유품도 전시되어 있다. 그중 주목해야 할 곳은 프리다 칼로 아버지의 작업실이다. 기예르모 칼로는 건축 사진가 겸 화가로 멕시코 정부의 의뢰로 도시의 랜드마크를 기록하기도 했다. 프리다 칼로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네거티브 필름을 현상하고 사진을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증손녀인 헨첼 로미오는 프리다 칼로에게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가르친 첫 번째 사람은 디에고 리베라보다는 기예르모 칼로였다고 말한다. 관람객은 박물관에 전시된 기예르모의 네거티브 필름과 사진을 보며 프리다 칼로의 예술적 뿌리를 탐구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복도에 전시된 가족사진과 그들의 유품, 프리다 칼로의 개인 소장품은 성장 과정과 배경이 예술가의 탄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준다.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되찾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단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카사 로하는 프리다 칼로의 개인적 서사를 풍부하게 전달하여 이미 잘 알려진 예술가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박물관장 아단 가르시아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곳이라고 이 장소를 설명했다.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프리다 칼로 그 자체보다 그녀가 겪은 고통과 아픔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은 좁은 시각에서 예술가를 이해하도록 만든다. 사람들은 프리다 칼로를 화가이자 디에고의 아내로만 묘사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녀가 디에고를 만나기 훨씬 전부터 아버지에게 영향받아 예술적 영감을 키웠고, 어머니에게 강인함과 독립심을 물려받았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카사 칼로 박물관은 그 사실을 전합니다.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되찾겠다는 것이 아니에요. 단지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증손녀 헨첼 로미오는 인터뷰를 통해 카사 칼로 박물관의 존재 이유를 진심을 담아 전달했다. 작품에 가려 미처 전달되지 못한 예술가의 인간적인 면모를 전달하는 것. 예술가의 집이 박물관이 되는 중요한 이유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Museo Casa Kahlo, Rafael Gamo for Rockwell Group



RELATED POSTS

PREVIOUS

부다페스트 전체를 삶의 무대로
브로디랜드 BrodyLand

NEXT

나무에 매달 수 있다면
어반 트리 하우스 베를린 Urban Tree House 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