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맥주 ‘잘’ 마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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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맥주 ‘잘’ 마시는 법

데블스도어 브루 마스터 오진영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이제는 집 앞 편의점만 가도 특색 있는 수제 맥주를 다양하게 접할 수 있게 됐다. 더 나아가 집에서 자신만의 맥주를 양조하거나 여느 펍 못지않은 홈바를 구비해놓는 집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맥주 맛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 브루 마스터 오진영에게 집에서 쉽게 따라 해볼 수 있는 노하우를 들었다.







브루 마스터로서 하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맥주 양조 책임자로서 맥주 생산 시설이 있는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과 하남점의 맥주 생산 업무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원료를 선별하고 배합 비율을 구성하는 등 맥주 제조의 전반적인 과정을 관리하고요. 데블스도어는 수제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아메리칸 스타일의 게스트로 펍이에요. 저희가 직접 개발한 레시피로 230여 년 전통의 독일 카스파리Caspary 양조 설비에서 생산합니다. 2014년 서울 센트럴시티에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현재 코엑스점, 여의도 IFC몰점, 스타필드 하남점, 제주신화월드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페일 에일, IPA, 스타우트, 라거, 헬레스 등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해외의 다양한 맥주도 게스트 맥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2014년 오픈할 당시 라거 맥주로 획일화되었던 국내 주류 시장에서 에일 맥주를 재조명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조선호텔 오킴스브로이하우스에서 처음 양조를 배우기 시작다고요. 당시 한국 맥주 시장의 지형은 어땠나요?

2002년 국내 주세법이 개정되며 소규모 맥주 제조장이 국내에 도입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어요. 그때 조선호텔 오킴스브로이하우스가 국내에서는 첫 번째로 소규모 맥주 제조장을 열었습니다. 일부 수입 맥주를 제외하고는 아메리칸 라거 스타일의 맥주가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인지 독일 스타일의 묵직하고 다양한 맥주를 한자리에서, 그것도 갓 생산된 신선한 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어요. 하루 최고 800리터를 소비할 만큼 인기가 높았습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브루 마스터라는 직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실제 브루 마스터로서 직업의 매력에 대해 소개한다면요?

오랜 시간 정성을 들여 완성한 맥주를 가장 먼저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맥주는 맥주 공장 굴뚝 그림자 아래서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독일 속담도 있잖아요. 하지만 브루 마스터로서 최고의 기쁨은 많은 고객들이 즐겁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볼 때겠죠. 일종의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해요. 또 2018년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크래프트 맥주 부문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수상한 것도 브루 마스터로서 영광스러운 순간이었어요.



당시 상을 받 맥주는 무엇이었나요?

데블스도어의 페일 에일 맥주예요. 대표적인 아메리칸 페일 에일 스타일이죠. 오픈 당시부터 지금까지 가장 많이 판매되는 맥주이기도 해요. 에일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열대 과일 향과 자몽 향, 레몬 향이 나면서 너무 자극적이지 않도록 대중적으로 개발했어요.



데블스도어에서 맥주를 개발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종류의 맥주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맥주의 성지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기에 많은 분들이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맥주를 만드는 지점을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아요.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선에서 맥아나 홉 같은 원재료의 배합비를 구상해요. 다시 말하면 맥주의 대중성을 좀 더 신경 쓰는 편이에요.









요즘 집에서 술을 마시는 ‘홈술족’이 부쩍 느는 추세인 것 같아요. 직접 브루어링을 다거나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기도 하고요. 입문자에게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해준다면요?

실제로 홈 브루잉을 취미로 시작해서 사업으로 확장한 사례도 국내외에 많이 있어요. 집에서 제대로 된 맥주를 만들어보고 싶은 분이라면 무엇보다도 다양한 정보를 입수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인터넷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전문가가 운영하는 공방에서 직접 제조법을 배우는 것을 추천드려요. 또 처음부터 곡물을 이용한 제조에 뛰어들기보다는 좀 더 편리한 ‘맥아 추출물’로 입문한다면 재미있으면서도 비교적 효과적으로 나만의 맥주를 만들어볼 수 있을 거예요.



만약 집에 홈바를 만든다면 무엇부터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맥주 종류마다 어울리는 전용 잔이 따로 있다는 것 알고 계시나요? 맥주잔도 와인이나 칵테일 못지않게 각 맥주의 풍미를 최대한 살려주는 다양한 종류의 전용 잔이 있어요. 예를 들면 라거는 길고 가느다란 잔에 따라 마셨을 때 훨씬 더 청량하고, 에일 맥주라면 입구가 넓은 잔을 사용해야 고유의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죠. 맥주 종류에 따른 전용 잔을 구비하고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준비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홈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맥주 종류에 따른 전용 잔을 구비하고 취향에 맞는 좋은 음악을 준비한다면 이보다 더 완벽한 홈바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맥주를 즐길 때 인테리어 역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데블스도어는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했는지 전반적인 공간 셉트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데블스도어 센트럴시티점은 뉴욕의 미트패킹을 표방한 인테리어를 추구했는데요, 쉽게 말하면 오래된 맥주 공장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주도록 연출했어요. 내부 벽도 파벽처럼 다소 거칠게 마감했죠. 미국 브루클린 같은 데 가보면 폐업한 공장을 맥주 공장이나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경우가 많아요. 데블스도어도 그런 분위기를 내보고 싶었어요. 또 데블스도어 입구를 들어서면 맨 처음 어두운 공간인 전실을 거쳐 가야 해요. 그곳을 통과하자마자 공간이 확 넓어지면서 시야가 트이죠. 특히 엄청난 크기의 맥주 탱크가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보면 정말로 맥주 공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맥주를 즐길 때 음식과의 조합이 중요한 이유가 있나요?

맥주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지만 음식과의 궁합에 따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죠. 어울리는 음식을 고르는 데 정답은 없지만 맥주를 만드는 방법과 재료의 특성을 고려해보면 좋아요.







데블스도어에서 캔으로 구입할 수 있는 맥주가 있다고 알고 있어요. 집에서 간편하게 즐기기 좋은 안주와 그에 어울리는 맥주를 추천해주세요.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뜨거운 불 앞에서 요리하느라 고생하기보다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가정 간편식과 데블스도어 수제 맥주 페어링을 추천해 드릴게요. 향긋한 과일향이 특징인 페일 에일은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리지만 그중에서도 감바스와 특히 잘 어울려요. 레몬, 감귤, 오렌지 등 열대 과일 향과 감바스의 진한 오일이 좋은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동파육과 스타우트예요. 전통적으로 돼지고기 요리에는 흑맥주가 잘 어울린다는 얘기가 있어요.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의 동파육에 고온에서 로스팅한 맥아의 묵직한 풍미를 곁들이면 깊은 맛이 배가되죠.



요즘 데블스도어에서 개발 중인 맥주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올여름이 그 어느 때보다 덥다는 전망에 보다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라거 맥주를 개발 중이에요. 기존 맥주보다 청량감을 훨씬 더 강조한 맥주로 7월 중에 매장에서 선보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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