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텔 환대 역사 100년을 망라한 럭셔리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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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호텔 환대 역사 100년을 망라한 럭셔리 호텔

조선 팰리스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조선'이라는 브랜드에 집중해 선보인 럭셔리 호텔 '조선 팰리스'를 오픈했다. 조선호텔이 1914년부터 쌓아온 환대 미학의 역사와 동시대의 감각을 조화롭게 녹여냈다. 코로나19 시대, 문화적 감식안을 쌓고 충분한 휴식을 누리고 싶은 이들, 집을 호텔처럼 만들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 조선 팰리스를 속속들이 살펴봤다.







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호텔이 목적지가 되는 여행 방식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데스티네이션 호텔'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다채로운 콘텐츠, 편안한 서비스, 감도 높은 공간 디자인 등이 충족되어 그 자체로 관광객을 불러올 수 있는 호텔을 말한다. 이런 호텔은 특별한 관광지가 없는 도심에서도 여행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준다. 게다가 바이러스 감염 위험을 안고 야외를 돌아다니지 않고, 안전한 호텔에서 휴식과 환기를 오롯이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25일 강남에 새롭게 문을 연 조선 팰리스를 눈여겨볼 만하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최상급 호텔 브랜드로 선보인 곳으로 1914년부터 이어져온 조선호텔 환대의 역사를 품고 있다. 당시 조선호텔 팜코트는 국내 최초의 프렌치 레스토랑이었으며 무용가 최승희 같은 당대 예술가들이 문화와 미래를 논하는 곳이었다. 조선호텔은 서구의 새로운 문물을 소개하고 모던 걸, 모던 보이를 매료시킨 사교의 중심지였던 것이다. 100년 넘게 환대의 미학을 국내에 선보여온 조선호텔이 이 헤리티지를 보존하면서 동시대의 시선을 가미해 조선 팰리스를 탄생시켰다. 코로나19 시대에 호텔을 여행하려는 탐미가의 시선으로, 미학적 요소를 집 안에 들이려는 공간 애호가의 시선으로 조선 팰리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봤다.










강남 옛 르네상스 호텔 부지에 도착하자 조선 팰리스 외관에 쓰인 영문명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Chosun’에서 ‘Josun’으로 바뀌었는데 이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조선이라는 브랜드에 집중하고 포트폴리오 체계를 명확히 해나가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사명을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바꾼 바 있다. '당신이 빛나는 시간(Exclusively Yours)'이라는 슬로건 아래 디자이너 듀오 움베르트 & 포예Humbert & Poyet가 전체적인 호텔 디자인을 맡았다. 이들은 최근 전 세계 호스피탈리티업계에서 러브콜을 받는 신진 디자인 스튜디오로 2007년부터 모나코와 프랑스 등 유럽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








심플하고 세련된 건물 외관과 달리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마치 궁전에 온 듯 웅장한 인테리어에 눈을 떼기가 어렵다. 엘리베이터 홀로 향하는 곳에는 범상치 않은 대형 조각 작품이 서 있다. 미국 건축가 그룹 스나키텍처Snarkitecture 멤버인 대니얼 아샴Daniel Ahsam 'Blue Eroded Moses'. 미켈란젤로가 대리석으로 빚은 원본 작품에 방해석과 석영 등 광물 결정을 화석처럼 표현한 작품이다. 공간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곳에서 대니얼 아샴의 작품은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유럽 궁전이나 고대 로마의 신전에 온 듯한 기분을 자아낸다.

 



1914년부터 이어져온

조선호텔 환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입구에서부터 엘리베이터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또 하나 놓쳐서는 안 될 것은 향이다. 인간에게 후각은 감정을 발생시키는 데에서 75%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요소다. 조선 팰리스의 문을 열자마자 은은하게 느껴지는 시그너처 향은 '영원한 기억(Lasting Impression)'이다. 싱그러운 베르가모트, 그린 노트, 재스민, 샌들우드, 앰버 등 자연에서 유래한 향을 층층이 쌓아 만든 조선 팰리스만의 향이다.












객실 문을 열면 금속, 대리석, 유리 등 다채로운 소재와 평온한 컬러 조합이 돋보인다. 전체적인 공간은 마치 하나의 건축물처럼 원형, 곡선, 선을 활용해 화려하면서도 균형을 이루고 안정감 있게 디자인했다. 객실 안 가구는 조각 작품처럼 두었다. 특히 침대 헤드보드에 대리석, 금속, 유리 등의 소재를 사용해 그 자체로 오브제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조선 팰리스 객실에서 또 하나 특별한 점은 기존 호텔의 미니바를 프라이빗 바로 특화한 것이다. 커다란 프라이빗 바의 문을 열면 바텐더가 추천하는 칵테일 레시피와 이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리큐어가 준비돼 있다.










조선 팰리스의 다채로운 다이닝 컬렉션 중에서도 이타닉 가든의 공간감은 독보적이다. 호텔 최상층에 위치해 황홀한 시티 뷰를 즐기면서 코리안 컨템퍼러리 미식을 만끽할 수 있다. 셰프는 뒤편 카운터에서 고객의 반응을 감지하며 조리하고, 중앙에 놓인 아일랜드 카운터에 플레이팅한다. 이는 셰프와 고객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기능한다. 또 창가를 따라 독립적으로 설계한 프라이빗 존에서는 도시 풍경을 내다보며 로맨틱한 프러포즈나 특별하고도 집중된 미식 경험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1914 라운지 바는 조선 팰리스에서도 가장 높은 층고를 자랑한다. 더욱이 전면에 나 있는 창으로 낮에는 생기 있는 빛이, 밤에는 도시의 불빛이 들어와 매혹적인 분위기에서 차나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천장에 달린 30여 개의 영롱한 펜던트 조명 역시 1914 라운지 바의 매력적인 공간감에 한몫한다. 1914년부터 귀빈을 환대해온 조선호텔의 문화적 헤리티지를 1914 칵테일 북에 응축했다.








100년 전 조선과 2021년의 한국에 묘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해외여행이 쉽지 않다는 것. 이런 이유로 사람들이 호텔에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고 사교 모임 장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고종은 호텔에서 커피 애호가가 되었고 디자이너 노라노는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쇼를 호텔 옥상에서 열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대가 퇴보해 생경한 이국 풍경을 접하기 어렵게 되었다. 자유롭게 여행 다니던 시절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미래를 낙관하는 마음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는 데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조선 팰리스에서 100년 전과 현재가 조화를 이루는 인테리어와 아트워크를 감상하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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