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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네트워킹, 테크놀로지

주거 분야 다크호스, 챗GPT

챗GPT 외 생성형 AI

Text | Angelina Gieun Lee
Photos | Financial Times, etc.

프롬프트 형태의 질문을 입력하면 원하는 결과물을 AI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출시를 계기로 다시금 주목받는 인공지능, 과연 주거 분야에는 득이 될까, 독이 될까. 화제성과 인기뿐 아니라 성능과 발전 속도도 화제가 되고 있다. AI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가속도까지 붙어 개발자와 창시자들조차도 이해, 예측 및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되어 가고 있다.








인공지능은 1956년 미국 다트머스 칼리지Dartmouth College에서 개최한 컴퓨터 공학 학회에서 연구 분야로 처음 등장했다. 다만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 여기던 창의성을 발휘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이를 극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가 투자한 오픈AI 2022년 연말 챗GPT를 출시한 후 불과 2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끌어들였다. 화제성과 인기뿐 아니라 성능과 발전 속도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전보다 더 강력한 AI를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못해 가속도까지 붙어 개발자와 창시자들조차도 이해, 예측 및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가 된 것.



이로 인해 올 3월 테슬라 창업주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을 비롯한 1,000여 명의 비즈니스 리더와 연구자들이 비영리단체인 ‘퓨처 오브 라이프 인스티튜트Future of Life Institute’를 통해 모든 인공지능 연구소가 인공지능 시스템 훈련을 최소 6개월간 중단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각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발표했다. 또한 ‘AI의 대부’로 알려진 제프리 힌턴Geoffrey Hinton 박사는 AI가 발전함에 따라 곧 인간을 넘어설 것이며 그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난 5월 구글을 퇴사하기에 앞서 경고했다.








프롬프트prompt 형태의 질문이나 명령어를 입력하면 보고서 작성, 외국어 번역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 제작에 이르기까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의 삶과 가장 밀접한 공간 영역인 주거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리에게 위기가 될까, 기회가 될까? GPT의 모회사인 오픈AI의 공동 창업자 그레그 브로크먼Greg Brockman TED에서 생성형 AI를 ‘브레인스토밍 파트너brainstorming partner’라고 부른 데서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다.



우선 원하는 주거 형태나 디자인을 둘러싼 아이디어를 이전보다 훨씬 더 손쉽게 구체화하고 이미지화할 수 있다. 대다수는 원하는 주거 형태나 디자인이 있어도 관련 기술에 대한 접근성이나 지식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머릿속에서 떠돌다 사라지거나 시간, 비용, 노력을 들여 여러 경로를 거친 끝에 머릿속에 있던 아이디어에 근접한 이미지나 자료를 찾는 일이 그나마 최선인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텍스트 기반 이미지 생성 기능text-to-image과 텍스트 기반 영상 생성 기능text-to-video을 활용해 텍스트 형태의 키워드를 적절히 입력하면 시각화된 아이디어를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고 적절한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누구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어 저변이 확대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내가 원하는 주거 공간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역설적으로 스스로에게 더 많이, 끊임없이 질문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관련 업계 종사자들에게는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는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새로운 형태의 작업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작업 과정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이전보다 더 효과적으로 발휘하도록 함으로써 서비스와 결과물의 퀄리티를 더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프롬프트를 적절히 입력하면 단시간에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 결과물이 도출되다 보니 아이디어를 구상ideation해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반복 작업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더 나아가 아이디어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연 현상thought-to-execution delay을 최소화할 수 있다. 즉 컴퓨터 화면 앞에서 보내거나 고민하는 시간을 대대적으로 줄여 작업 과정을 효율화하고 실질적인 결과물 도출 과정에 시간과 노력을 더 쏟을 여지를 줄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에는 여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나친 기대와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거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발전 속도가 빠르고 결과물의 수준도 상향 평준화되는 추세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무엇을 해도 되고 안 되는지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아직 없는 상태다. 윤리적, 법적, 제도적 기틀이 인공지능의 발전과 성장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McKinsey의 데이터 분석 플랫폼 퀀텀블랙Quamtum Black은 인공지능, 특히 생성형 AI의 영역이 인간의 영역과 중첩되는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늘어나는 만큼 ‘흥미진진함은 보장하지만 조심스러운 태도를 요한다Excitement is warranted, but caution is required고 정리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오류를 범할 수 있고, 이를 걸러낼 수 있는 필터 기능이 아직 미비한 데다 제도적 편견systematic bias이 개입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주거 공간이 사는 사람의 취향과 가치관을 담아내기에 이를 온전히 담아내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앞으로 창조creation와 큐레이션curation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해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결과물을 얻으려면 궁극적으로 인간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따라서 내가 원하는 주거 공간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인공지능은 역설적으로 스스로에게 더 많이, 끊임없이 질문하도록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떻게 학습시키느냐에 따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의 내용이 달라지는 한편, 사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내용에 편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애플 CEO 팀 쿡이 2017 MIT 졸업식 축사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보다 사람이 가치관과 공감 능력, 그리고 결과에 대한 깊은 생각 없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점이 더 우려된다’고 발언했다. 그리고 무엇을 하든 사람을 중심적인 위치에 놓으면 그 파급력은 상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인공지능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고, 이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현실로 앞당기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는 인공지능은 두 가지 얼굴을 가진 듯하다. 집 안팎으로 사람의 취향, 선택 그리고 가치관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적은 비용과 노력으로도 창작하거나 더 풍성한 선택지를 갖추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일자리와 삶의 터전을 앗아가는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어디까지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사용하는 사람에게 달려 있다. 가능성이 한껏 열려 있다. 따라서 주거 환경을 더 풍성하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선택지를 다양하고 명확하게 제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기술과 서비스를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풍성한 선택지를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누릴 수 있는 만큼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더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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