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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비대면, 코리빙, 네트워킹

친구들의 아침을 준비하는 뮤지션의 집

한정인 뮤지션

Text | Kakyung Baek
Photos | Hoon Shin
Film | Jaeyong Park

뮤지션 한정인의 집은 레크리에이션 룸을 방불케 한다. 각종 보드게임과 푹신한 안락의자, 귀여운 머그컵, 널찍한 테이블까지, 친구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물건과 가구로 가득하다. 그간 코스모스 슈퍼스타로서의 행보를 뒤로하고 이제 한정인이란 본명으로 새로운 음악을 준비 중이다. 알록달록하고 아늑한 그의 집에서 올여름 선보일 한정인의 음악에 관해 얘기했다.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에 담긴 뜻이 궁금해요.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와 슈퍼스타를 합쳐서 전 우주적 슈퍼스타가 되겠다는 야망으로 만든 이름이에요. 그 이름을 지은 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는 저와 맞지 않는 것 같아서 코스모스 슈퍼스타를 정리하고 한정인이라는 본명으로 새로운 활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언제 처음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나요?

중학교 시절부터 무대에 서서 관객과 호응하고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하고 본격적으로 음악을 공부했어요. 그리고 스무 살 때부터 코스모스 슈퍼스타라는 이름으로 공연하기 시작했죠.










앨범 의 제목과 가사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아름다운 문장이 돋보여요.

저는 평소에 일기를 많이 쓰는 편이고 가사를 쓸 때 일기에 있는 문구를 인용하곤 해요. 특정 시기마다 저를 강하게 사로잡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누군가 망망대해에 떨어진 모습, 불타오르는 집, 사막에 대한 이미지가 있어요. 저는 이런 이미지를 하나의 앨범으로 풀어내려고 하는 편이에요.



약속 없는 영원이란 말에는 어떤 이야기가 들어 있나요?

2015년쯤 프로듀서와 마찰이 생겨 앨범 작업을 접게 된 적이 있어요. 그 후 3년 정도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렸고요. 작업을 할 수 없는 나날이 계속됐고 제 주변 상황이 아주 많이 달라졌어요. 마치 어떤 이야기가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것처럼요. 당시 저는 영원하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오히려 약속함으로써 영원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약속은 언젠가 깨질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우리가 물질적이지 않은 어떤 것을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만든 제목이었어요.








최근 발매한 싱글 앨범 <슬픔의 맛>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무대 위에서 느끼는 슬픔에 대해 말하고 싶었어요. 어떻게 보면 음악에는 만든 사람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뮤지션으로서 내가 나의 어떤 부분까지 사람들에게 보여주어야 할지 고민하게 돼요.



뉴스레터 조엘플레잉으로 선곡해주시는 앨범과 당신의 글을 잘 받아보고 있어요. 어떤 계기로 뉴스레터를 보내게 됐나요?

이전에는 트위터에 해시태그를 달아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음악을 올리곤 했어요. 그런데 링크를 클릭하는 게 번거로운지 잘 듣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단지처럼 만들어서 사람들의 메일함으로 보내 바로 읽도록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또 다른 이유는 어떤 통계 자료 때문이었어요. 사람들은 스물여덟 살이 넘으면 새로운 음악을 잘 듣지 않는대요. 사실 저도 그랬거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일주일에 새로운 앨범 10개를 듣고 거기서 좋은 곡을 사람들과 나누기로 했죠.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고

불안하기 때문이래요.”




최근 뉴스레터를 통해 겨울 캠핑에 대해 쓰셨죠. 여행은 어땠나요?

캠핑을 자주 다니진 못하지만 최근에 친한 친구네 부부와 시간이 맞아서 다녀오게 됐어요. 제가 우연히 알아낸 캠핑장이 있는데, 화장실은 재래식이고 인터넷도 핸드폰도 잘 안 터지는 거의 노지에 가까운 곳이에요. 하지만 캠핑장 바로 앞에 금강이 흐르는 풍경이 너무 멋진 곳이죠. 당시 평균기온이 -12℃를 웃도는 상황이었어요. 심지어 도착한 날부터 눈이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함박눈이 내리더라고요. 당연히 춥긴 했지만 눈 쌓인 풍경을 보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역시 좋았어요.





사진 제공: 한정인




우리는 집이 아닌 곳에 있을 때 집에 대해 떠올리게 되는 것 같아요.

맞아요. 캠핑 마지막 날 때쯤이면 집에서 넷플릭스를 켜고 누워 있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웃음) 하지만 저는 집에 대해 늘 하는 생각이 있어요. 집에 있을 때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는 건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지 않고 불안하기 때문이래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저는 집을 깨끗이 정리해요. 제가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해지면 집부터 어질러지더라고요. 주변 정리부터 시작하면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요. 청소를 끝내고 나면 이 공간이 다시 집처럼 느껴지기 시작해요.



요즘 집에서는 어떤 음악을 자주 들어요?

음악 관련 칼럼이나 신보 뉴스를 찾아보면서 새로운 음악을 집중해서 듣곤 해요. 요즘은 빅 시프Big Thief의 신보를 자주 들어요. 이 밴드 프런트맨의 솔로 앨범도 좋아하는데, 약간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매력적이에요. 분명 신경질적인데 묘하게 편안한 느낌이 있거든요.










일산에서 산 지 오래됐나요?

재작년 8월쯤 이 집으로 이사 오면서 처음 일산에 살게 됐어요. 결혼한 후에 서울에서 집 구하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당시 일산에 사는 친구가 한 명 있었는데 일산 지도를 보면서 아무 데나 딱 찍어서 “여기 살면 어떨까?” 하고 친구에게 보여줬어요. 마침 자기 집에서 5분 거리라고 하는 거예요. 게다가 그 일대 집값이 저희 부부가 계획했던 예산과 적당히 맞았고 동네가 조용해서 이곳에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우연히 여러 가지가 잘 들어맞긴 했지만, 친구분이 큰 역할을 했네요.

맞아요. 저는 동네 친구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집에 채소가 많이 들어왔을 때 나눠 먹기도 좋고, 정말 편하게 잠깐 만나서 차를 마시거나 하는 게 삶에 활력을 주더라고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는 걸 특히 좋아하신다고요.

맞아요. 저는 새집에 이사 와서 공간을 구성할 때 손님이 모이는 장소에 대한 그림을 가장 먼저 그려요. 친구들이 편하게 있을 수 있는 구성을 생각하죠. 여러 요소 중에서도 친구들과 뭔가를 함께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해요. 예를 들어 거실 가운데 큰 테이블을 두어 여럿이서 커피를 마시고, 등을 대고 다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구도를 만든다든가 하는 것처럼요. 레크리에이션에 특화한 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웃음)



이 동네의 매력은 어떤 점이라 생각하나요?

거실 창문으로 보이는 쭉 뻗은 길 보이시죠? 그쪽이 밤가시마을인데 가로수가 많아서 봄과 가을이면 정말 아름다워요. 그 길을 따라 걷는 걸 좋아하죠. 저는 동네를 걸으면서 집이나 건물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 동네에는 약간씩 특이하고 재미있는 볼거리가 있어요. 창문이 동그랗다거나 벽이 곡면으로 되어 있다거나 그런 점이 사소하지만 재미있어요.








집에서 음악 작업도 하시는데, 작업실을 만드는 데 중요하게 생각한 점이 있나요?

우선은 저 혼자 쓰는 공간이라는 게 중요했어요. 저는 혼자 있지 않으면 작업을 잘 못하거든요. 전적으로 나만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물씬 나도록 만드는 데 집중했죠. 피겨처럼 제가 좋아하는 물건을 배치했어요. 또 의자에서 일어나지 않고 음악 작업을 이어 나가는 게 중요해서 필요한 물건은 모두 손이 닿는 자리에 두었어요.








이 집에서 보낸 가장 잊을 수 없는 한때에 대해 들려주세요.

재작년 크리스마스예요. 이 집에서 보낸 첫 번째 크리스마스였는데 한창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때라 소수의 친구들을 초대했어요. 아마 제가 독립한 이래로 가장 조용한 생일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어요. 저는 술이 약한데 그날 완전히 취해서 방탄소년단 노래를 엄청 크게 따라 부르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고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친구들의 부스스한 모습을 보는 것도 좋아요. 저는 친구들을 위해 평소보다 화려한 아침상을 대접하는 걸 즐겨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야 할까요.(웃음)



한정인으로서의 새로운 음악적 행보에 대해 귀띔해준다면요?

요즘은 매일 그런 고민을 하고, 시시때때로 변하기도 해요. 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앞으로는 사람들이 조금 더 춤출 수 있게 하는 음악을 하려고 해요. 올여름에 새 앨범을 낼 예정이에요. 팬들 입장에서 걱정할 만큼 다른 음악을 하진 않겠지만, 진부할 정도로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제가 너무 슈퍼스타처럼 얘기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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