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LLIV



CULTURE|라이프스타일, 프리미엄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삶이란

책 “흙을 만지는 손” 외

육아는 한 가정에 크나큰 축복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 개인만이 아닌 가족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VILLIV” 매거진은 매월 1회에 걸쳐 아이와 함께 창의적이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발자취를 찾아 ‘아이와 함께하는 삶’의 더 나은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했다. 이를 “Little VILLIV”라 칭한다.






흙을 만지는 손(Les Mains dans la Terre)”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 마른 흙 냄새가 실내를 감싸는 듯하다. 다음 장을 펼치면 마리옹 그로Marion Graux와 세 아이가 집 안 작업실에서 흙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진이 이어진다. 포토그래퍼 클레르 과리Claire Guarry는 흑백과 컬러 필름을 이용해 엄마와 아이들이 손과 흙을 통해 서로 교감하는 장면을 포착했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사진이 책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작가 마리 고드프랭Marie Godfrain은 도예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로서 일상을 대하는 마리옹 그로의 철학을 담백한 문체로 풀어낸다. 마리옹 그로의 보헤미안적이고 시적인 삶의 방식이 문장마다 읽힌다.


아이의 작은 손이 촉촉한 점토를 누르자 손끝을 따라 미세한 주름이 번진다.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던 엄마가 작은 두 손 위에 자신의 두 손을 포개어 함께 흙을 매만진다. 말보다 감촉이, 생각보다 감각이 공간에 가득 차는 순간. 무엇을 만들고 싶을까? 특별한 목적 없이 그저 손이 나누는 대화만으로 충분하다.

20253‘VILLIV’ 매거진에 실린흙 속에 두 손을 함께 담그고에서 이어집니다.






대학에서 그래픽과 미술을 전공한 루이즈 드니Louise Denis에게는 한 가지 특별한 취미가 있었다. 프랑스 곳곳을 여행하며 빈티지 아동복을 수집하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르타뉴의 시골 마을에 살고 계신 조부모 집 다락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자수 장식 아동복 한 벌. 그것은 바로 그녀가 어릴 적 입던 옷이었다. 가족들이라 마노트(할머니의 이름을 이용한 귀여운 애칭)’라는 애칭으로 부르던 그 집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감성과 따뜻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곳에는 프랑스에서 제작한메이드 인 프랑스옷이 가득했다. “프랑스는 섬유 산업의 전통이 오래된 나라예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의류 브랜드가 프랑스에서 직접 옷을 제작했죠. 그래서 품질이 뛰어났어요. 그러다 해외 생산이 늘어나자 상황이 달라졌어요. 브랜드들이 제조 공정을 외주화하면서 철저한 품질관리가 어려워졌고 그만큼 옷의 완성도가 떨어졌어요. 쉽게 말해메이드 인 프랑스라벨이 붙어 있다는 건 단순한 원산지 표시가 아니라, 이 옷은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보증서 같은 거예요.”

20254‘VILLIV’ 매거진에 실린내 아이에게 중고 옷을 입히는 이유에서 이어집니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캐런 르 빌롱Karen Le Billon은 저서 “French Kids Eat Everything”에서 파리로 이주한 후 마주한 프랑스의 식탁 문화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미국 아이 다섯 중 하나는 하루에 여섯 번까지 간식을 먹는다. 프랑스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오후 4시 반의 고테goûter 시간, 식사처럼 간식 시간이 정해져 있고 이때 천천히, 집중해서 음식을 음미한다. 그것이 비록 초콜릿이라 할지라도.”


프랑스 식탁 교육은 미각을 넘어 음식을 대하는 자세까지 포함한다. 다양한 맛을 접하고, 음식에 호기심을 갖고, 식사란 단순히먹는 일이 아닌 즐거운감각의 경험이라는 걸 아이가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것이 목표다. 우리는 아이가 어떤 음식을 입에 대지 않으면 곧잘싫어하나 보다라고 여긴다. 하지만 프랑스 부모들은 조금 다르다. ‘아직 그 맛을 좋아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아이가 낯설어하는 음식을 마주했을 때, 프랑스 부모들은 아직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겨 계속해서 자연스럽고 유쾌한 방식으로 그 음식을 식탁에 올린다. 같은 재료도 다루는 방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는 것을, 음식은 누가, 어떻게 만들었느냐에 따라 맛이 마법처럼 변한다는 것을, 아이들은 그 작은 입안에서 경험하며 천천히 알아간다. 미각 훈련은 모유 수유를 마친 순간부터 시작된다. 향이 강하거나 생소한 음식도 문제 없다. 프랑스에서는 아이도 그 맛을 배워가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20255‘VILLIV’ 매거진에 실린초콜릿으로 시작하는 세 살의 미식 교육에서 이어집니다.



Text | Anna Gye

Photos | Éditions Gallimard Jeunesse, La Manotte, Louise Denis, PL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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