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일본 무지 그랜드 프런트 오사카점에서 작은 전시가 열렸다. 무인양품 가구를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으로, 이는 무인양품을 통해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이 현재 우리 삶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이었다.

일본 무지 그랜드 프런트 오사카에서 열린 미드센추리 모던 전시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미드센추리 모던이 대체 무엇인지 간략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까지 미국에서 탄생한 디자인 운동으로, 건축부터 가구까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찰스 & 레이 임스, 미스 반데어로에, 아르네 야콥센,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르코르뷔지에 같은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활동했고, 그 열풍은 유럽으로 건너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영향을 미쳤으며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서도 그 나라만의 디자인 철학과 결합되어 더 널리 확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중산층이 두꺼워졌다. 풍족한 삶을 누리기 시작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사무실도 집처럼 편안하고 효율적인 공간으로 꾸미기를 바랐다. 그에 따라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사무실 공간은 물론 가구까지 디자인했는데,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바탕이 되는 실용성을 기반으로 했다.
1960년대에 끝났던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이 다시 부상한 건 2014년, 드라마 ‘매드 맨Mad Men’이 인기를 얻으면서부터다. 1960년대 광고 산업을 배경으로 한 이 드라마에는 당대의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이 잘 드러났고, 사람들은 새로운 스타일에 눈과 마음을 빼앗겼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이 스타일이 다시 주목받은 건 1990년대부터였다고 말한다. 1960년대에 유명 디자이너와 가구를 제작했던 허먼 밀러, 놀이 그 시대의 가구를 재출시하면서 몇몇 트렌드를 선도하는 사람들이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를 집에 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때부터 광고와 드라마 같은 대중매체에서 멋스러운 라이프스타일을 드러내는 장면에서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와 조명을 보여줌으로써 서서히 사람들에게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이 고급스럽고 세련된 취향의 이미지로 정착했다는 것이다.

© AMC Network Entertainment LLC and Lions Gate Entertainment Inc.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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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사람만 즐겼던 1990년대와 달리 2000년대의 미드센추리 모던은 대중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왔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 중 하나로 1인 가구 증가와 집 구조의 변화를 꼽는다. 경기 불황으로 지금의 20~30대들은 혼자 살거나, 작은 아파트 혹은 오피스텔에 살기 때문에 효율적인 공간 활용이 필수다. 실용성과 기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와 제품은 이 문제를 해결해 준다.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해 좁은 공간이 넓게 느껴지고, 강렬한 단색을 사용한 조명과 소품은 그 하나만으로 집 안 분위기를 환기해 주기 때문이다.
팬데믹을 또 다른 이유로 꼽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팬데믹 이전부터 집을 자신만의 취향으로 꾸미려는 욕망이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늘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인테리어에 관심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타인의 SNS에서 본 예쁜 탁자, 조명, 의자에 대한 정보를 찾으면서 흥미가 가구나 제품이 아닌 디자인 스타일로 확대된 것이다. 또 재택근무로 인해 홈 오피스를 꾸미려는 욕망도 미드센추리 모던의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

일본 무지 그랜드 프런트 오사카에서 열린 미드센추리 모던 전시

VILLIV 매거진 ‘70주년 맞은 모던 라이프스타일의 정수’ 중

VILLIV 매거진 ‘가구, 미식, 내추럴 와인으로 영감을 주는 쇼룸’ 중

VILLIV 매거진 ‘20세기 미국 가정집이 일본 공예품을 만났을 때’ 중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의 내구성을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지속 가능성과 연결 짓는 시각도 있다.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이너들은 전쟁으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신소재를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티크 나무 같은 기존의 자연 소재에 플라스틱, 금속 등의 산업 소재를 결합했다. 그리고 차갑게 느껴지는 산업 소재를 따뜻한 감성으로 해석해 집 안에 들였다. 이러한 소재에 관한 도전은 디자이너 특유의 장인 정신과 결합되어 내구성이 높은 가구와 제품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현재 우리는 빈티지 가구라는 이름 아래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와 함께 ‘워싱턴포스트’는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의 매력 중 하나로 견고함을 꼽기도 한다.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는 이사가 잦은 현대인의 삶에 맞는다. 이러한 높은 품질은 빈티지 시장에서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가 여전히 좋은 가격으로 판매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미드센추리 모던이 유행하던 초창기에는 수많은 모조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타일만 따라 하려는 안일한 생각이 큰 원인이었겠지만, 한편으로는 빈티지 가구의 높은 가격도 이러한 현상을 초래했다. 정품과 빈티지 가구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면서 이제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을 구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때때로 이 움직임은 브랜드의 주도로 이뤄지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가 무인양품이다. 무인양품은 자사 가구를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방법을 제안하고, 실제로 판매까지 함으로써 이 스타일이 구현하기 어렵거나 까다롭지 않음을 보여준다.
“모든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사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해결했습니다.”
‘미드센추리 모던: 1950년대 가구’라는 책을 통해 미드센추리 모던이라는 용어를 탄생시킨 카라 그린버그는 30년마다 이 스타일이 재발견되는 것 같다고 했다.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의 정신과 아름다움이 훌륭하기에 여전히 사랑받고 있지만, 동시에 안타깝게도 그것을 넘어서는 디자인과 스타일이 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1950년대는 미국 가구 디자인이 정점을 이룬 시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후 그 이상의 디자인이 나오지 못했죠.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미드센추리 모던 가구와 제품을 재발견하고 집에 들이는 거라고 생각해요.”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며 여전히 우리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를 이루는 이유는 그때의 디자인 철학과 스타일이 시대 불문한 절대적 가치를 지녔다는 걸 의미한다. 찰스 & 레이 임스 부부의 손자이자 임스 오피스Eames Office 책임자인 임스 데메트리오스Eames Demetrios는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이 시대를 초월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대 디자이너들은 스타일을 우선으로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보다는 모든 삶의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디자인으로 해결했습니다.” 즉 미드센추리 모던 디자인이란 간결하면서 고급스러운 형태, 편안하면서도 통통 튀는 색감 등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삶을 잘 살기 위한 노력과 행동이었다. 수십 년 동안 변화하는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모습을 변화시키고 재해석되는 유연함을 갖게 된 이유이다.
Text | Young-eun Heo
Photos | MUJI, AMC